누가 모셔갈까?
김응용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18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다. 1983년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우승을 했다. 그리고 1986년부터 1989년까진 내리 4연패를 거두었다. 1991년과 1993년까지 징검다리 우승컵을 들었다. 1996년과 1997년까지 또 2연패를 했다. 9번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다 이겼다.
최강 해태도 위기가 찾아왔다. 구단 자금이 넉넉치 않아 광주일고 트리오 서재응, 최희섭, 김병현을 잡지 못했다. 급기야 1997년 우승 직후 IMF 사태가 터졌다. 문어발식 확장 등 방만한 경영을 하던 해태그룹은 치명타를 입었다. 1998시즌을 마치고 최강 마무리투수 젊은 임창용을 삼성에 넘기고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삼성은 당시 우승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시기였다. 삼성은 선수만 노린 것은 아니었다. 명장 소리를 들었던 김응용 감독의 영입을 추진했다. 김 감독은 1999시즌을 마치고 삼성 사령탐으로 부임하기로 결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쇠락한 해태를 떠나는 모양새였다. 김 감독은 박건배 구단주와 회동 끝에 1년 더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은 1년을 기다려주었다. 2000시즌이 끝나자마자 감독으로 바로 영입했다. 김 감독은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했으나 2002년 이승엽의 동점 스리런포, 마해영의 끝내기포를 앞세워 삼성에게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주었다. 이후 삼성 사장으로 변신해 선동열, 류중일 감독으로 이어지는 삼성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재박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왕조를 이끌었다. 1996년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는 김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앉혔다. 김 감독은 11년 동안 재임하면서 5번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4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에 걸맞게 치밀한 용병술로 현대를 최강으로 올려놓았다. 물론 현대그룹의 아낌없는 투자도 한 몫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도 흔들리며 구단이 직격탄을 맞았다. 구단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KBO 자금까지 투입했다. 그런 상황에서 LG가 계약기간이 끝난 김재박 감독을 모셔왔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가을야구를 이루지 못해 애를 태웠다. 김재박 감독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였다. 2007년 LG 지휘봉을 잡아 3년 재임했다. 아쉽게도 가을야구는 이루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시진 감독이 현대 지휘봉을 물려받았으나 1년 만에 구단은 해체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야구계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재계약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2015년 지휘봉을 잡자마자 우승을 하더니 2016년까지 2연패를 했다. 2019년도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일당백의 두산 선수들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김태형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과 카리스마가 큰 몫을 차지했다. '여우같은 곰'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두산은 2019년 우승 직후 3년 28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다. 이번 시즌으로 그 3년 계약이 끝난다. 올해 두산 성적은 5강이 힘든 상황이다. 계속되는 주축선수들의 FA 유출로 인해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김태형 감독의 실적과 위상을 감안한다면 재계약 이야기가 흘러나와야 하지만 왠지 조용하다.
두산과 김태형 감독 모두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동시에 만일 헤어진다면 어느 구단이 김태형 감독을 모셔갈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몇몇 구단은 시즌을 마치면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 김태형은 거물급이다. FA 감독이라는 말도 나온다. 만일 모셔온다면 만만치 않은 영입비용까지 불사해야 한다. FA 감독의 둥지가 어디일지 참으로 궁금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