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을 경험한 포수의 인생경기였다. 그러나 "결코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지난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경기. 김태형 두산 감독은 주전포수 박세혁을 제외하고 백업포수 안승한(30)을 선발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오른손 타자였기 때문이다. KIA 선발투수가 좌완 토마스 파노니였다. 좌타자 박세혁보다는 우타자 안승한을 내세웠다. "박세혁이 좋지 못하고 우타자여서 기용했다"고 밝혔다.
모처럼 선발기회를 받았던 안승한은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2회초 1사1루에서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작렬했다. 후속타자들이 침묵해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유격수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해 세이프를 만들어냈다. 발빠른 포수였다. 이어 허경민의 타구때 상대 실책이 나오자 재빠르게 홈을 밟았다.
6회에서도 선두타자로 나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생산했다. 1사 후 유망주 김대한의 시즌 2호 좌월 홈런이 터져 또 홈을 밟았다. 데뷔 첫 3안타였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5-7로 뒤진 7회초 2사 1,2루에서 박준표를 상대로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적시타를 터트렸다.
우완 박준표 상대로 좌타자 박세혁으로 대타를 낼줄 알았지만 안승한의 타격기세를 믿었고, 그대로 적중했다. 김태형 감독의 뚝심과 믿음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안승한은 2019년 6안타, 올해는 전날까지 4안타가 전부였다. 하루에 금싸라기 같은 안타 4개를 생산했다. 1타점과 2득점까지 더했다. 9회 마지막 타석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안승한은 2014년 KT 위즈에 특별지명을 받았으나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다 2021시즌을 마치고 방출됐다. 2019년 36경기 출전이 1군 경력이었다. 쿠에바스의 전담포수로 눈도장을 찍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 겨울 두산의 입단 테스트를 거쳐 선수생활을 연장했다.
개막을 퓨처스 팀에서 맞았고 묵묵히 포수로 뛰었다. 6월 초 1군에 잠깐 올라왔다 사흘만에 내려갔다. 그러다 두산의 최용제, 장승현 등이 부진을 겪자 7월 10일 다시 콜업을 받아 이날까지 50일 째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유지했고, 9년만에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한 경기 안방을 통째로 책임지면서 11실점을 했다. 두산은 6-11로 패했다. 포수로서는 책임감을 느낀 하루이기도 했다. 안승한은 "타석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실점이 많았기 때문에 결코 좋은 경기가 아니었다. 데뷔 첫 4안타의 기쁨보다 포수로서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반성부터 했다.
이어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2군에서부터 체중을 줄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타석에서는 물론 홈플레이트 위에서도 신뢰를 주는 포수가 될 수 있도록 연구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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