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긴 것이 낫겠죠".
두산 베어스의 우완 곽빈(23)이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했다. 지난 27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서 7이닝 6피안타 6탈삼진 1실점 투구를 하며 2-1 승리를 이끌고 시즌 5승을 챙겼다.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후반기 평균자책점 2.22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1회 빗맞은 2루타와 단타를 맞고 실점했다. 그러나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았다. 네 번의 2루 실점위기가 있었으나 강력한 직구와 폭포수 커브로 KIA 강타선을 제압했다. 최고 152km의 직구를 바탕으로 커브와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했고, 체인지업도 섞었다.완벽한 제구까지 흠잡을데가 없는 투구였다.
곽빈은 2018년 1차 지명을 받아 첫 해는 구원투수로 32경기에 출전해 3승1패4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7.55를 기록했다. 개막엔트리에 승선해 승승장구를 했으나 5월 이후 부진에 빠졌다. 팔꿈치 이상을 느꼈고, 시즌을 마치고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를 받고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작년 복귀하자 김태형 감독은 선발투수로 키우겠다는 작정을 했다. 21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올랐고 4승(7패) 평균자책점 4.10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도 계속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전반기는 3승7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고, 후반기는 쾌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완전히 올라왔다"는 극찬을 했다. 사실상 에이스로 인정했다. 투자 2년만에 꽃을 피운 것이다.
경기후 곽빈은 "팀의 연패를 끊어 가장 기쁘다. 마운드에 오를 땐 연패를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 공을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야수 형들, 또 (박)세혁이 형만 믿고 던졌다. 오늘 구위가 괜찮았는데 KIA 타자들이 잘 커트했다. 맞더라도 빨리 승부하자고 생각해 초구부터 빠르게 카운트를 잡으려고 노력했던 게 주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무기인 커브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커브는 신인 때부터 자신 있었다. 전반기 땐 낙차가 크지 않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느낌을 찾으려 했는데, 그 감을 찾았다. 결정구로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커브를 24개를 던졌다. KIA 타자들이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곽빈은 손가락이 손가락이 유난히 길다. 통산 161승을 따낸 한화 레전드 정민철 단장과 비슷하다. 정민철 단장도 현역시절 대포알 같은 강속구와 커브가 주무기였다. 곽빈은 "손 크기를 정확하게 재지는 않았다. 정민철 단장님 손과 대본 적은 있었는데 비슷한 길이인 것은 안다. 손가락이 짧은 것보다는 긴 것이 나은 것 같다"며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곽빈을 키움 안우진 다음 가는 투수라는 극찬을 했다. "우진 다음은 아닌 것 같다. 많이 차이가 난다. 그런 단계는 아니다. 그래도 감독님이 인정해주어 감사하다. 요즘 연락을 자주한다. '이제 네것 찾았냐'고 물었다. 그런 것 같다. 우진이는 나보다 야구지식이 훨씬 많은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오는 11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한국을 찾아 4경기를 갖는 월드투어가 있다. 모든 야구선수라면 출전하고 싶은 꿈의 무대이다. 곽빈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던져보고 싶다. 내가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다. 안던져도 관중석에서 보고 싶다. 메이저리그 아무 타자나 좋다. 투수는 제이콥 디그롬을 보고 싶다. 롤모델이다"며 기대했다.
작년부터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팀을 우선하는 마음이었다.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작년에는 승리에 메말랐다. 올해는 승리투수가 아니어도 팀 이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작년 가을야구부터 경험이 쌓이면서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남은 시즌에도 내가 던진 경기에 승리 투수가 아니어도 이겼으면 좋겠다. 안다치고 시즌을 마치겠다"는 소망도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