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높은 하늘에 선선한 바람. 가을 분위기 물씬 난다. 그런 날의 중요한 일전이다. 2위와 4위의 맞대결이다. 쫓기는 자는 편치 않다. 1위는 너무 멀다. 무리해서 욕심 낼 처지가 아니다. 반면 3~4위의 추격은 현실이다. 여차 하면 피곤해진다. (27일 잠실 LG-키움전)
첫 판이 중요하다. 무조건 잡고 싶다. 그런데 (선발) 매치업이 문제다. 안우진 대 임찬규다. 한쪽으로 많이 기운다. 상대는 리그 최고의 구위다. 다득점은 사실상 어렵다. 반대로 임찬규는 불확실하다. 그렇다고 승부수가 없는 건 아니다. 후반전에 희망을 건다. 원정 팀은 3연승 중이다. 와중에 불펜 소모가 컸다. 하지만 홈 팀은 다르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그러니까 운영이 문제다. 잘만 꾸리면 승부가 가능하다.
결국 이 프레임대로 진행된다. 히어로즈는 에이스 한 명이 짊어졌다. 반면 트윈스는 필승조가 총출동했다. 불펜에서 5명이 투입됐다. 이럴 때 관건은 캐스팅이다.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배역을 맡기느냐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묘수가 번뜩였다. 우선은 정우영의 활용법이다. 종전과 다른 등판시기다. 8회가 아닌 7회에 올렸다. 그것도 딱 한 타자로 끝냈다. 투구수 3개. 김휘집을 잡아내며(유땅) 임무를 마쳤다. 최근 컨디션을 감안한 유연성이다. 부담감을 줄여주려는 의도다.
그 다음은 이정용의 기용이다. 정우영을 쓴 이상 8회는 그의 몫이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특이한 것은 2사 후 상황이다. 이정후 안타, 푸이그 볼넷으로 동점 위기다. 벤치에서 타임이 걸린다. 마운드 미팅이다.
유강남은 교체를 확신했다. 이정용에게 공을 받아든다. 그리고 ‘수고했다’는 듯 어깨를 두들겨준다. 그런데 경헌호 코치는 다른 생각이다. 몇 마디 다독인 뒤 그냥 내려온다. 고우석도 준비됐는데 말이다. 결국 과감한 판단은 적중했다. 김혜성의 삼진과 함께 마운드에서 포효가 터진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한 수’는 따로 있다. 바로 임찬규의 교체 타이밍이다. 그에게 맡겨진 건 딱 5회까지다. 6회부터는 최성훈이 마운드에 올랐다. 5이닝 4피안타 무실점. 게다가 탈삼진도 5개나 기록했다. 5회 1사 1, 2루를 연속 삼진으로 막아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시즌 최고투였다. 그런 선발에 미련을 버리는 건 쉬운 일 아니다. 양상문 해설위원도 의문을 나타냈다. 교체 장면에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그렇다 하더라도 임찬규 선수가 이렇게 잘 던지고 있는데 바꾸는 것도 한번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조금 더 끌고 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견해다.
사실 트윈스는 임찬규와 관련해 돌아볼 게 많다. 개막 초 3선발을 맡겼다. 투수 조장에, 예비 FA 신분이다. 모처럼 긁히는 날이다. 켈리에게 조언받은 커브가 기가 막혔다. 게다가 투구수는 겨우 75개였다. 결정이 망설여지는 고려 사항들이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이런 소감을 밝혔다. “매우 중요한 시점마다 임찬규가 투수조장으로서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아울러 오늘 경헌호와 김광삼 코치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완벽했다.”
이들은 큰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순간의 결단이 필요한 단기전이다. 이날 마운드 운용이 바로 그 전형이다. 가을 냄새 물씬 나는 방식이다.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실행은 가장 어렵다. 한 박자 빠른 교체다. 그걸 류 감독이, 트윈스 코칭스태프가 실행했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