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최소실점” 우승팀 첫 토종 10승 투수, 불펜 히든카드로 변신하다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8.28 10: 32

3년 넘게 지켜온 선발 한 자리를 부상과 부진 속 동료에게 내주게 됐지만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팀이 2년 연속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배제성(26·KT)에게 보직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KT 이강철 감독은 일주일 전 최근 3시즌 통산 29승을 거둔 배제성의 전격 불펜 전환을 알렸다. 올 시즌 선발 엄상백의 호투와 동시에 배제성이 허리 부상으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자 장고 끝에 엄상백이 앞문, 배제성이 뒷문을 지키는 플랜을 수립했다. 배제성의 올 시즌 선발 성적은 18경기 3승 9패 평균자책점 4.50(98이닝 49자책)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 5월 이후 3년 만에 중간을 맡게 된 기분은 어떨까. 최근 현장에서 만난 배제성은 “올해 몸이 베스트 컨디션이 아닌데 그래도 감독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이제는 짧은 이닝 동안 이전보다 폭발적으로 힘을 쓰면 된다”라며 “너무 오랜 만에 맡은 보직이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할 거 같은데 불펜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선 크게 생각이 없다”라고 전했다.

26일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2사 1루 KT 배제성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8.26 /ksl0919@osen.co.kr

배제성은 2017년 트레이드로 롯데에서 KT로 둥지를 옮긴 뒤 2019년부터 10승이 보장된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그해 데뷔 첫 10승으로 KT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라는 타이틀을 얻은 터. 지난해에는 1승 차이로 아쉽게 3년 연속 10승이 무산됐지만 141⅔이닝을 책임지며 창단 첫 통합우승에 큰 힘을 보탰고, 올해도 스프링캠프서 착실하게 시즌을 준비하며 2년만의 10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허리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배제성은 “몸 관리를 제대로 한 것 같았는데 계속 아프니까 ‘시즌을 제대로 준비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물론 안 아팠다고 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을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내 공은 던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성적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코치님들과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해주신 덕분에 새로운 보직에서 다시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라고 되돌아봤다.
KT 배제성 / OSEN DB
이닝이 짧아진 만큼 불펜에서는 본래 자신의 구위를 되찾는 게 1순위 목표다. 배제성은 “10점 차에 나가든 1점 차에 나가든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려고 한다. 이제는 내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 결국 내 공을 던져야 결과가 따라온다”라고 힘줘 말했다.
3년 만에 불펜에서 대기하게 된 배제성은 불펜 동료들의 대단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는 “선발 때는 쉬는 날에 편하게 야구를 보다가 퇴근했는데 지금은 항상 경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하고, 긴장도 해야 한다”라며 “불펜 투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한다. 나 또한 옛날에 경험을 했기에 알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느끼니까 쉽지가 않다”라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 고영표를 불펜으로 전환했고, 이는 창단 첫 통합우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배제성의 이번 보직 변경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150km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갖춘 배제성의 불펜 경쟁력 또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배제성은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불펜의 히든카드다.
배제성은 “프로이기 때문에 나보다 더 잘하는 (엄)상백이가 선발을 하는 게 맞다. 남은 시즌 뒷문에서 팀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라며 “불펜에는 전문 요원들이 있어 그들이 큰 역할을 해주겠지만 나 또한 어떤 상황에 나가든 최소 실점으로 막는 게 목표다. 중간에 나가면 제대로 해보겠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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