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을(乙) 김태형 감독, 두산이 잡을 수 있을까 <야구는 구라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8.27 09: 38

[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늘 시작은 이 질문이다. “두산 코치들은 왜 경기 중에 계속 일어서 있나.”
자주 목격되는 모습이다. 덕아웃 풍경이 그럴 때가 많다. 김태형 감독이 팔짱 끼고 있으면, 코치들은 그 주변에 모여 있다. 대체로 서 있는 자세다. 마치 군주 곁에 시립(侍立)한 장수들의 모습이다.
물론 감독들이야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고, 그라운드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코치들까지 모두 그러지는 않는다. 수석이나 투수 코치 정도가 가까운 거리에 자리한다. 나머지는 각자 맡은 분야의 일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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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산은 특이하다. 왠지 일사분란한 모습이다.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다른 분위기를 얘기하는 것이다. 팀의 전통과 색깔, 감독의 리더십 같은 게 뚜렷이 엿보인다.
SBS Sports 중계화면
뜬금없는 소리의 이유는 김 감독의 거취 때문이다.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이후 어떻게 될 지는 알려진 바 없다. 남는다면 다행(?)이다. 만약 아니라면, 코치들은 어떻게 되나. 그런 궁금증이다.
예전 NC 다이노스의 얘기다. 김경문 감독과 계약을 연장시켰다. 임기 만료 1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만해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굳이 왜 서둘렀을까. 추측이 무성했다.
구단 고위층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코치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 분들도 다들 가장 아닌가. 모시는 감독의 상황에 따라 내년을 걱정하면 곤란하다.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선수들을 지도해 달라는 의도다. 그래야 팀도 흔들림이 없게 된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레임덕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게 레임덕이다. 다이노스의 우려가 그런 예다. 코치 얘기는 한 단면이다. 기본적으로는 리더십의 안정이 핵심이다. 이런 케이스는 이후에도 있었다. 이동욱 전 감독 때 그랬고, KT 위즈와 이강철 감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만료 1년을 앞두고 재계약으로 임기를 연장시켰다.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더 민감하다. 유명한 예가 다저스와 데이브 로버츠의 경우다. 그는 작년 늦가을부터 재계약 노래를 불렀다. 주요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구단을 압박했다. 굳이 레임덕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속내는 뻔하다. 1년 밖에 안 남았으니 빨리 추가 계약을 달라는 뜻이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다. 로버츠가 자신의 거취를 공공연하게 떠들던 시기는 작년 10월 말이다. 애틀랜타와 NLCS에서 패하고 며칠 뒤였다. 투수 운영 문제로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무기력한 가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대신 ‘할 만큼 했다, 보상해 달라’는 요구였다.
결국 올 3월. 다저스는 3년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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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팀에서 콜이 오면 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유튜브 채널 ‘썸타임즈(Ssumtimes) – 이영미의 셀픽쇼’가 김태형 감독을 인터뷰했다. 지난 1월에 업로드 된 영상이다. 총 3회 중 세번째 편 부제가 흥미롭다. ‘재계약 여부는 나도 궁금한 부분’이다. 내용 중 한 대목을 추렸다.
이(영미) = 감독님도 FA 신경 쓰십니까? 재계약 마지막 해인데.
김(태형) = 아, 저요? 저도 올 시즌 끝나면 마지막인데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은 하죠.
이 = 근데 그게 시즌 중에 재계약이 된다고 한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시는 건 맞겠죠?
김 = 그렇겠죠, 아무래도. 마음적으로는 좀 틀리겠죠.
이 =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김 = (곧바로) 모르겠습니다. (웃음) 두산에서 재계약을 안 하고 다른 팀에서 콜이 오면 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중략)
이 = (이전 재계약을 앞두고 두산이)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 안 하고 누가 올 거다.’ 사실 야구판에서 그런 소문이 돌기도 했죠.
김 = 아, 그럼요. 어떤 상황까지 갔는 지도 다 알고 있었어요. 안 좋을 때는 다들 안 좋게 얘기하니까. 누가 얘기하느냐에 따라서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는 이런 부분들이 가장 힘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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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패, 8위… 계약 마지막 해의 함수관계
팀은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낯선 순위에서 헤매고 있다. 회생은커녕 최하위팀에도 2연패했다. 4연패 와중에 득점은 3점뿐이다. 물론 팬들은 회생을 기대한다. 지난 해 기적에도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수학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임기 중 가장 저조한 시즌이 될 처지다.
그럼에도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동안 성과가 워낙 특출한 탓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는다. 성적에 대한 기여도가 남다르다. 두산 왕조의 탄생에는 감독의 리더십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간단치 않은 함수관계다. 재임기간의 성공, 마지막 해의 침체. 상반된 변수가 재계약에 작용할 것이다.
김 감독은 이렇게 얘기했다. “감독 계약이라는 건 (조건을) 구단이 알아서 정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YES와 NO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몇 년 해달라, 얼마 달라, 그런 흥정은 어렵다. 맞는 말이다. 구단이 사실상 전권을 갖는, 명백한 갑을 관계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다르다. ‘예, 감사합니다’ 하는 위치가 아니다. 자기 주장이 충분히 가능한 지위다. 금액과 기간 같은 처우만이 아니다. 선수단 운용에 대한 비전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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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 정도면 쇼핑도 가능하다
심지어 쇼핑도 가능하다. 가고 싶은 팀을 고르는 일 말이다. 그런 추정이 무리는 아니다. 공교롭게 환경도 그렇다. 10월 말이 되면 여러 팀이 유동적이다. 임기가 끝나는 곳도 여러 곳이다. 공석 중인 대행체제도 2군데다. 복수의 구단이 주목하고 있다.
물론 최우선 고려는 잔류, 재계약일 것이다. 양측의 기본적 입장은 그렇게 본다. 그러나 변수가 많다. 일단 두산은 (공식적으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임기 중 재계약 카드 말이다. 김 감독 정도라면 충분히 그런 고려가 가능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팀 운영 방식이다. 주요 전력의 유출이 몇 년 째다. 이제 화수분도 한계다. 선수단을 책임지고, 성적으로 평가받는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비전을 제공하는 곳에서, 좋은 팀을 꾸려, 자신의 야구를 펼치고 싶은 것은 모든 리더가 원하는 바다.
재계약은 분명 구단의 선택권이다. 하지만 다를 수도 있다. 을(乙)이라고 다 똑같은 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수퍼 을’도 존재한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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