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후보 없다고 말했는데…'거짓말쟁이' 감독 "너한테 관심 없었나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8.27 14: 27

“올해는 없어요.”
평소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한마디에 모두가 빵 터졌다. 지난 3월31일 KBO 미디어데이에서 10개팀 감독들에게 신인왕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김 감독은 고개를 갸웃하며 “없는데…올해는 없어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 “2~3년 뒤에는 신인왕 재목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김 감독의 말과 달리 올해 두산에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가 등장했다. 지난 2018년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입단해 올해 1군 데뷔한 우완 투수 정철원(23)이 그 주인공이다. 중고 신인이지만 투수 중에서 독보적인 성적으로 신인왕 레이스에 본격 가세했다. 

두산 투수 정철원이 환호하고 있다. 2022.05.17 / dreamer@osen.co.kr

입단 후 2군에만 머물다 현역으로 군입대한 정철원은 지난해 6월 전역했다. 김 감독이 신인왕 후보가 없다고 말한 3월말만 해도 육성선수 신분. 하지만 4월 개막 후 2군 퓨처스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5월 첫 날 정식선수 전환과 함께 1군에 올라왔다. 5월6일 잠실 KT전에서 구원(2이닝 1실점)으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두 번째 경기였던 5월7일 KT전에서 7회 아웃카운트 하나 잡고 승리투수가 된 뒤 빠르게 불펜 필승조로 승격됐다. 5월12일 고척 키움전에서 첫 홀드를, 7월7일 잠실 키움전에서 첫 세이브를 차례로 거뒀다. 지난 26일까지 시즌 전체 성적은 43경기(55이닝) 3승2패2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2.78. 신인 자격을 갖춘 투수 중에선 적수가 없다. 역대 최고령 신인왕을 노리는 김인환(한화)을 비롯해 전의산(SSG), 김현준(삼성) 등 타자들과 경쟁하고 있다. 두산의 마지막 신인왕은 2010년 포수 양의지(NC)로 12년 전이다. 
9회초 1사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에 방문해 정철원, 박세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7.07 /jpnews@osen.co.kr
김태형 감독은 2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정철원에 대해 “칭찬할 것이 더 없다. 기록으로 보나 뭐로 보나 잘 던지고 있다. 이 정도까지 (잘할 것으로) 예상하진 않았다”며 “2군에서 좋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보고 5월1일 합류를 준비시켰다. 처음 1군에 올라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구속도 140km대 중반을 생각했는데 그보다 잘 나온다. 2군에서 가끔 150km를 던졌다고 하던데…”라고 말했다. 
마침 김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정철원이 훈련을 마친 뒤 덕아웃 앞을 지나갔다. 정철원을 불러세운 김 감독은 “구속이 원래 많이 나왔어?”라고 물었다. 정철원은 “군대 가기 전에도 150km 던졌습니다”라고 답하자 김 감독은 “거짓말하지 마”라며 웃은 뒤 “내가 너한테 관심이 없었나 보다”며 정철원의 말을 믿어줬다. 
7회초 두산 정철원이 역투하고 있다. 2022.05.07 /jpnews@osen.co.kr
192cm 장신의 오버핸드 투수 정철원은 올해 최고 153km, 평균 149km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김 감독은 “변화구도 좋은 것을 갖고 있다”면서 “지금부터는 본인의 루틴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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