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내야수 폴 골드슈미트(35)는 묵묵하게, 꾸준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쓰고 있는 선수다. 그래도 한국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류현진이 LA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2013년, 메이저리그의 매운 맛을 보여줬던 선수였기 때문.
골드슈미트는 2013년 류현진을 상대로 14타수 7안타(1홈런) 5타점 OPS 1.390으로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첫 시즌의 강렬한 인상 덕분에 골드슈미트는 류현진의 천적이 됐다. 류현진 상대로 통산 26타수 11안타(3홈런) 9타점으로 절대강자의 면모를 지켰다.
류현진과 한국 야구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선수였다. 하지만 커리어 전체를 보면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위상을 살펴보다러다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용히 꾸준히 내공을 쌓았다.
지난해까지 30홈런 이상 시즌은 6번이나 달성했고 100타점 이상 시즌도 3차례다. 2013년 타율 3할2리 36홈런 125타점 OPS .952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올스타 7회,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 각각 4회 씩을 수상했다.
꾸준함의 결실을 올 시즌, 비로소 맺는 듯한 분위기다. 올해 골드슈미트는 타격 전부문에서 달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듯 하다. MLB.com에서 실시한 MVP 모의투표에서 골드슈미트는 38명 중 33명에게 1위표를 받았다. 모두가 MVP 수상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올해 성적은 타율 3할3푼9리(446타수 151안타) 33홈런 105타점 출루율 .420, 장타율 .637, OPS 1.057, 총루타수 284개를 기록 중이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타점은 모두 내셔널리그 1위다. 홈런은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35개)에 2개 뒤져있는 2위다. 최다안타는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 156개), 트레이 터너(다저스, 155개)에 이어 리그 3위다.
MLB.com은 올해 골드슈미트가 1937년 조 메드윅 이후 85년 만에 내셔널리그 3관왕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홈런 순위만 역전시키면 골드슈미트는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아메리칸리그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테드 윌리엄스, 로저스 혼스비가 각각 2차례씩 3관왕을 차지했고 그 외에 미키 맨틀, 루 게릭, 메드윅 외에 5명이 더 달성한 바 있다.
골드슈미트는 3관왕 가능성에 겸손하다. MLB.com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기적이 될 것이다”라면서 “트리플크라운 달성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만약이라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다면 꽤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고 말도 안되는 목표가 될 것”이라며 트리플크라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트리플크라운을 떠나서 현재 MVP 0순위인 골드슈미트다. 만약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다면 MVP를 예약한 것이나 다름 없다. MVP 3회를 차지한 ‘유경험자’ 앨버트 푸홀스는 “골드슈미트는 정말 멋진 선수다. 그는 올해 MVP 시즌을 보내고 있고 야구계를 완벽하게 지배했다”라며 “그를 상대 팀으로 바라봤을 때도 대단한 선수였는데 팀 동료로서 지켜보니 더 흥분되고 특별하다고 느껴진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