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대로 해봐라."
롯데 자이언츠 4년차 잠수함 서준원(22)은 여전히 미완의 대기다. 구단과 팬들의 기대가 컸지만 기대만큼 성장세가 유지되지 않았다. 경남고 시절 150km가 넘는 패스트볼로 '핵잠수함'의 칭호도 얻었지만 그 패기와 자신감은 연차와 반비례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주위의 모든 선배들, 코치들이 서준원의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방법을 동원했다. 그리고 최근, 임경완 투수코치는 서준원에게 "네 마음대로 던져봐라"라는 주문을 했다. 대신 "선발로 나가더라도 1이닝 씩만 생각하고 네가 가진 최고의 공을 던져봐라"라고 힘을 실었다.
여유가 없었던 서준원이라면 이러한 주문도 제대로 입력되지 않았을 터. 하지만 올해 가장이 되면서 성숙해졌고 과거를 미련 없이 내려놓은 서준원은 이 주문을 바탕으로 과거의 서준원을 소환시켰다. 그는 "네 마음대로 던져봐라라는 게 진짜 마음대로 던지는 게 아니라, 제가 가장 잘 던할 수 있는, 잘 던지는 공을 자신있게 던지라는 뜻인 것 같았다"라며 "매번 타자들을 피해다니는 게 아니라 일단 타자에게 들이대서 승부를 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라고 전했다.
최근 선발진에 자리를 잡고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쳤다. 패기 넘치던 서준원으로 돌아왔다. 14일 광주 KIA전 5이닝 74구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346일 만의 선발승을 챙겼다. 그리고21일 사직 한화전에서는 5이닝 92구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2연승을 거뒀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신인 시절을 되돌아 본 그는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직구 하나는 자신있다는 생각으로 프로에 왔다. 그런데 프로에는 모두 그런 선수들 밖에 없었다"라며 "결국 그게 안 통하다 보니까 변화구를 찾게 됐고 변화구가 안되니까 직구도 안되는 것 같다. 여러 생각이 겹쳐서 결과가 안좋아지고 자신감까지 떨어졌다"라고 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동료들도 서준원 기살리기에 진심이었다. 과거의 뱀직구를 다시 던질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웠다. 그는 "포수인 (강)태율이 형이 2경기를 앉았고 직구를 자신있게 던질 수 있게 해주셨다. '네 직구는 정말 힘이 좋기 때문에 웬만하면 못친다. 치더라도 멀리 못 나간다.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타자들이 잘 친 것이니까 좌우로 빼지 말고 던져라'라고 했다"라며 "그런데 사인이 모두 가운데였다. 힘있게 던져보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래서 믿고 던졌다"라고 했다.
1루수 정훈도 옆에서 서준원을 끊임없이 격려했다. 그는 "정훈 선배님이 옆에서 계속 '타자에게만 집중하자'라고 얘기해주셨고 경기 중에도 '잘 하고 있다. 계속 그렇게 하자'라고 응원을 해주신다"라고 전했다.
투수진에서는 박세웅이 '큰 형' 노릇을 했다. 서준원은 "요즘은 세웅이 형이 정말 많이 알려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라며 "살짝 다가가기 힘든 형이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대화도 할 수 있게 됐다. '이 형이랑 정말 야구 오래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다. 세웅이 형에게 많이 물어보고 배우려고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아내 역시 "'참 배짱 있는 선수다. 깡다구 하나는 있어서 이렇게 야구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이제 더 내려갈 것도 없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대로 던져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게 컸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스스로에게 반신반의했던 서준원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주위에서 이렇게 해주니까 자신감이 올라왔다. 그 전에는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라고 나 스스로를 의심하고 확신이 없었다. 주위의 응원이 잘 들리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이제는 패기 넘치던 '19세 서준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이제는 팔 각도나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감 있게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그리고 사인대로 믿고 던지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각오는 단순하다. 그는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저는 5이닝이 아니라 1이닝, 한 타자만 보고 모든 힘을 쏟아붓고 최고의 공을 던지고 내려오려고 한다. 더도 말고 지금처럼만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