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하다. 그렇게 볼이 좋은데…”
KIA 이의리가 팀 선배 양현종의 조언 한 마디에 자신감을 가졌다. 이의리는 25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그런데 1회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사사구 3개를 허용했다. 톱타자 홍창기를 몸에 맞는 볼, 1사 후 김현수를 볼넷, 채은성의 잘 맞은 타구를 중견수 소크라테스가 펜스에 부딪히며 점프 캐치로 잡아내 2아웃이 됐다.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가까스로 가르시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탈출했다.
2회 첫 타자 이재원을 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세 타자를 뜬공 3개로 잡아내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3회 박해민과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채은성을 유격수 땅볼로 삼자범퇴로 끝냈다.
경기 후 이의리는 "양현종 선배가 4회 아니 3회 끝나고 전광판을 한번 보라고 하시더라. 안타 0개인 것 봤는데, 멍청하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볼이 좋은데, (멍청하다는 말은) 좋은 뜻으로 말해주신 거였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공이 좋으니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말고, 자신의 공을 믿고 공격적으로 던져라는 의미다.
이의리는 4회 삼자범퇴, 5회 볼넷 1개를 내줬지만 3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노히트를 이어갔다. 1회에만 무려 33구를 던지는 바람에 5회까지 95구를 던졌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김현수를 101구째 150km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채은성에게 첫 안타를 허용해 노히트가 깨졌다. 그러나 오지환과 가르시아를 범타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마쳤다. 가르시아 상대로 던진 마지막 115구째 직구 구속은 151km였다. 이날 이의리의 최고 구속이었다.
6이닝 1피안타 4볼넷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8승째를 기록했다. KIA는 잇따른 슈퍼 캐치 호수비로 1-0으로 승리했다.
이의리는 이날 115구 중 직구를 78개 던졌다. 슬라이더 22개, 커브 14개, 체인지업 1개였다. 경기 후 이의리는 “그렇게 많이 던진지 몰랐다. 날리는 공이 많았다. (1회 제구 난조 후) 코치님께서 밸런스만 생각하지 말고 가운데를 보고 구위를 믿고 던져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노히트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의리는 양현종이 3회가 끝나고 한마디 건넨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옆에서 지켜본 투수코치도 선배도 이의리의 공이 좋은 것을 알았는데, 정작 자신은 뒤늦게 자신의 공을 믿고 던졌다.
이의리는 “수비를 믿는데, 내 공이 제대로 안 들어가서 답답했다. 선배들이 모두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김종국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양현종, 이의리가 체력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상황을 봐서 로테이션에서 한 번 쉬게 해줄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의리는 이날 마지막 115구를 151km로 던질 정도로 좋은 스태미너를 보여줬다.
이의리는 “던지다보면 밸런스를 찾게 된다. 코치님께서 안 쉬어도 괜찮냐고 하시는데, 몸 상태가 좀 괜찮다. 컨디션과 팔 상태가 모두 좋아서 계속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24경기에서 129.2이닝을 던졌다. 앞으로 5번 정도 선발 기회가 있다. 데뷔 처음으로 규정이닝도 가능하다. 이의리는 “규정이닝 보다는 한 시즌 동안 다치지 않고 끝까지 던지고 싶다. 작년에 이 맘 때 다쳐서 올해는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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