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마음껏 웃지 못했다. 투구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은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10피안타(3피홈런) 5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8승째.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김상수(4타수 2안타 3득점), 구자욱(5타수 3안타 2득점), 피렐라(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 이원석(4타수 2안타 4타점) 등 타자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고 이재익, 문용익, 우규민, 이상민, 오승환 등 계투진은 무실점을 합작했다.
삼성은 롯데를 9-5로 꺾고 21일 대구 NC전 이후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원태인 선수가 강습 타구 부상 후 첫 경기였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의 투구를 해준 부분도 인상적이였다. 선발 투수 이후 불펜 투수들도 롯데 강타선을 상대로 효과적인 피칭을 해줬다”고 말했다.
또 “최근 타선의 답답한 모습이 있었는데 1회 2사 후 터진 이원석 선수의 적시타로 막힌 흐름이 풀리며 활발한 타격전을 펼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경기 후 “롯데가 좋은 타자들이 많아 원래 힘들었지만 오늘 상대 타자들이 직구 대처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홈런 포함 장타를 많이 맞았다. 그나마 볼넷이 안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아리 부상 이후 100% 컨디션이 아니라 러닝 훈련 등 경기 준비하는데 부족했고 경기 전까지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선발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한 것 같아 기쁘다. 다음 경기 때 더 좋은 상태로 좋은 경기할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원태인의 승리 도우미 역할을 했던 이원석의 소감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는 “(원)태인이도 잘 던지고 싶었을 텐데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선발 투수가 점수를 많이 내주면 우리 타자들이 점수를 더 많이 뽑아줘서 승리 투수 만들어주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게 팀이 잘 돌아가는 것”이라고 감싸 안았다.
선발 투수가 한 시즌을 치르며 굴곡이 있기 마련. 잘 던지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쓰기도 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 내용에도 타선이 터져 이길 때도 있다. 이날 등판에서 아쉬운 부분을 기억하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원태인 또한 자기반성을 빼놓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등판 때 한층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한 선수 아닌가.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