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소리' 듣기 싫어 다 바꿨다, 입단 14년 만에 에이스가 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8.26 03: 39

‘왜 안 잘리냐’는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 독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꿔 이제는 팀에 없어선 안 될 투수가 됐다. 한화 장민재(32)가 지난해 시련을 딛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장민재는 지난해 5월15일 고척 키움전에서 구원으로 1⅓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진 뒤 2군에 내려갔다. 다시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 무려 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2016년부터 1군 한 자리를 꾸준히 지킨 장민재에겐 시련의 시간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장민재는 “야구를 못했으니 핑계를 댈 수 없다. 작년에는 ‘장민재 왜 안 잘리냐’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올해는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게 잘하고 싶다. ‘장민재 야구 잘했다’는 소리를 한 번 듣고 싶다”고 말했다. 
벼랑 끝 각오로 준비한 올 시즌 장민재는 개막 엔트리에 들어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4월 중순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고, 아예 한 자리를 꿰찼다. 26경기에서 97⅔이닝을 던지며 5승5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 중이다.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며 48경기(119⅓이닝) 6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한 2016년을 넘어 개인 최고 시즌.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장민재를 일찍 선발로 쓰지 않은 게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한화 장민재가 역투하고 있다. 2022.04.08 /jpnews@osen.co.kr

특히 지난 25일 대전 두산전에서 장민재는 6이닝 5피안타 1볼넷 2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6회 2사 만루 위기가 있었지만, 수베로 감독은 100구가 넘은 장민재를 믿고 밀어붙였다. 올해 한 번도 100구 이상 던지지 않은 장민재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의 게임이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6km로 리그 평균보다 8km 느린 장민재이지만 안정된 커맨드와 과감한 몸쪽 승부, 완급 조절은 그가 롱런하는 이유다. 위기에서 강타자 허경민에게 1~2구 연속 가운데로 135km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는 과감함을 보였다. 3구째 주무기 포크볼에 배트가 나오지 않자 4구째 공으로 다시 직구를 택했다. 136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살짝 걸치면서 허경민이 얼어붙었다.
루킹 삼진으로 실점 없이 2사 만루 위기를 스스로 극복한 장민재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총 투구수 107개로 지난 2019년 8월3일 대전 SK전(105구) 이후 3년 만에 100구 이상 던졌다. 한화 타선도 곧 이어진 6회 3득점을 내며 장민재의 투혼에 응답, 시즌 5승을 도왔다. 5승은 한화 팀 내 최다승 기록. 
한화 장민재가 25일 두산전에서 6회 허경민을 삼진 처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장민재는 “작년 2군에 있을 때 책을 보다 본 ‘마누라랑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고민이 많았지만 나도 뭔가 싹 바뀌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변화를 줬다. 10년 동안 계속 해오던 것을 한순간에 바꾸기가 힘들 것 같았지만 막상 바꿔서 잘되다 보니 이게 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장민재가 말한 변화는 투구폼이나 기술적인 부분보다 운동 스타일이었다. 성실하기로 소문난 그는 될 때까지 파고드는 집녑이 있다. “야구가 안 되면 공도 많이 던지고, 러닝도 많이 뛰었다. 안 될 때 (훈련을 찾아) 더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몸만 더 지치더라. 이제는 할 것만 하고 쉴 때 쉬면서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도 딱 맞는 타이밍에 오셔서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한화 선발투수 장민재가 최재훈과 사인을 교환하고 있다. 2022.07.26 / foto0307@osen.co.kr
지난 2009년 입단 후 어느새 14년차. 현재 한화 선수 중 팀에 가장 오래 몸담고 있는 장민재는 내년 시즌 후 FA 자격도 얻는다. 지난해까지 방출 소리가 듣기 싫었던 그에게 이제 FA 훈장도 머지않았다. 장민재는 “FA는 운에 맡기겠다. 내 운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보겠다”며 초연한 대답을 내놓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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