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빅보이’ 이대호(롯데)의 후계자는 한동희다. 평소 이대호의 활약을 보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는 ‘롤모델’ 이대호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쉽다. 내년에도 함께 하자고 졸라봤지만 소용없었다.
25일 사직 삼성전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한동희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24일 창원 NC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 2사 후 대타로 나서 이용찬을 상대로 좌월 1점 홈런을 빼앗았다. “어제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 치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는 게 한동희의 말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에 이어 KBO 역대 두 번째 은퇴 투어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이대호는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잠실(두산), 광주(KIA), 창원(NC)에서 은퇴 투어를 진행했다. 한동희는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는 “선배님께서 은퇴 투어 하시는데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자체 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보면 볼수록 멋지다”고 대답했다.
이대호는 한동희에게 ‘내 장점을 최대한 많이 빼가라’고 말한다. 한동희는 이대호의 장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는 “되게 많이 배우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올 시즌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동희는 이어 “흔히 ‘타석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선배님께서 어떻게 하면 단순하게 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시고 항상 자신감 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신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무조건 볼넷이라도 골라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선배님 덕분에 끝까지 집중하게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동희는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24일 현재 99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355타수 112안타) 12홈런 51타점 37득점을 기록 중이다. 데뷔 첫 3할 타율 달성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는 “3할 타율보다 장타를 더 많이 치고 싶다. 이대호 선배님께서도 장타를 많이 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정확하게 치는 게 더 좋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또 “선배님께서 ‘무조건 한 경기에 안타 1개 쳐놓고 강하게 치려고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신 게 정말 와닿았다.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동희는 전반기 11홈런을 터뜨렸으나 후반기 들어 1홈런에 불과하다. “홈런이라는 게 한 번 나오면 계속 나오는데 안 나올 땐 어떻게 쳐도 안 나온다. 저도 안 좋을 때 보면 너무 강하게 치려고 했던 것 같다. 선배님께서도 가볍게 쳐보라고 조언해주신다”.
홈런 생산이 급감한 건 아쉽지만 들쭉날쭉한 모습이 줄어든 건 만족스럽단다. 한동희는 “경험을 많이 하면서 예전보다 기복이 줄어든 것 같다. 아직은 기복이 있으니 빨리 거의 없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가을 무대를 밟지 못한 한동희는 이대호와 함께 가을 야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가을 야구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 선배님의 마지막 시즌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직구장 관중석에 앉아 포스트시즌을 지켜봤었는데 무척 부러웠다. 관중석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가을 야구를 만끽하고 싶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