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하나만 치고 싶었던 28세 늦깎이 신인이 어느새 15번이나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다. 3할 타율까지 근접하면서 KBO리그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다가서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누구도 김인환의 이름을 아는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뒤 2018년 1군 데뷔했지만 2019년까지 22경기 52타석이 전부였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지난해 6월 전역했지만 1군의 부름은 없었다. 2군팀에서 시즌을 조용히 마감했다.
지난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을 2~3kg 불리고, 스윙 궤적을 짧고 빠르게 변화를 줬다. 스프링캠프 막판 1군에 추가 합류한 김인환을 보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놀랐다. “작년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지고, 스윙이 간결해져 깜짝 놀랐다”며 “전력으로 구상한 선수가 아닌데 갑자기 나타났다. 1루에 고정된 선수가 없는데 김인환도 경쟁을 통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수베로 감독의 말은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5월 첫 날부터 정식선수로 전환된 뒤 1군 부름을 받았다. 5월3일 문학 SSG전에서 8회 대타로 나와 조요한에게 우전 안타를 치면서 김인환의 인생 역전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올 시즌 82경기 타율 2할9푼3리(300타수 88안타) 15홈런 43타점 OPS .824를 기록하고 있다.
김인환 스스로도 생각 못한 성적이다. 그는 “처음에는 이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5월에 처음 1군 올라왔을 때는 ‘홈런 하나만 치자’는 생각으로 했다. 하나 치고 나서 어느 순간 보니 이렇게 쳤더라”고 말했다.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5월4일 SSG전에서 2회 이태양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치고 난 뒤 어느새 15홈런까지 늘렸다.
입단 5년 이내, 60타석 미만 조건을 갖춘 김인환은 신인왕 레이스에도 뛰어들었다. 규정타석까지도 11타석만 남겨놓고 있다. 신인 자격 선수 중 유일한 규정타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5경기 연속 2안타 포함 최근 9경기 연속 안타로 시즌 타율도 2할9푼대로 끌어올렸다. 3할 타율에 근접하면서 힘과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로 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김인환은 “경기를 계속 뛰다 보니 처음보다 확실히 여유나 요령이 생겼다. 처음에는 1군에서 하루하루 긴장감을 갖고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됐다. 코치님들이 관리를 잘해주셔서 체력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만 28세 KBO리그 역대 최고령 신인왕이 유력하지만 김인환은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한다. 그는 “항상 말하지만 신인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한 타석, 한 타석 열심히 하면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홈런 몇 개를 치겠다는 목표도 없다. 3할 타율도 그렇고, 욕심내면 힘만 들어가고 좋을 게 없다.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평정심을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