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년차 우완 투수 이민호(21)가 구단 역대 최연소 10승 기록을 세우며 1994년 우승 레전드 투수들을 소환했다.
이민호는 지난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5피안타 2볼넷 1사구 2실점 역투를 펼치며 LG의 9-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0승(5패)째를 거둔 이민호는 만 21세에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밟았다. 생일이 지나지 않아 정확하게는 만 20세11개월25일.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이민호보다 어린 나이에 10승을 거둔 투수는 없다.
이민호도 이 기록을 알고 있었다. 경기 후 이민호는 “아직 생일(8월30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는 20세다. 다음주 생일이 되기 전 1살이라도 어릴 때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혼자 속으로 하고 있었다. 형들이 도와준 덕분에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4회 (유)강남이형의 3루 송구, (오)지환이형의 병살 수비가 정말 멋있었다”고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종전 LG의 최연소 10승 투수는 28년 전인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LG는 2년차 좌완 이상훈과 신인 우완 인현배가 나란히 만 23세 나이에 각각 18승과 10승을 거뒀다. 1994년은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의 해로 남아있다.
이민호가 그보다 2살 어린 나이에 10승 고지를 밟았다는 점에서 LG에는 남다른 의미를 준다. 물론 그 당시 우승을 이끈 특급 에이스 이상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0승은 운으로만 되는 기록이 아니다.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어 5이닝 이상 던져야 가능하다.
이민호는 “지난해 8승을 하면서 구단 최연소 10승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임)찬규형이 (2011년 만 19세에) 9승을 했고, 이상훈 선배님이 23세 최연소 기록을 갖고 계신 것도 기사를 통해 봤다”며 “아직 10승을 한 것이 크게 실감나지 않는다. 조금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상징적인 기록이지만 숙쓰러운 마음도 있다. 5점대(5.42) 중반으로 높은 평균자책점 때문이다. 승리투수가 된 10경기에선 무자책점 4경기 포함 평균자책점 1.63으로 압도적이었지만 나머지 10경기는 5자책점 이상 5경기 포함 평균자책점 10.54로 크게 무너졌다. 기복이 심한 이민호는 “10승을 했지만 못 던진 경기들이 많다. 평균자책점도 좋지 않다. 남은 경기 잘 치러서 평균자책점을 최대한 낮추고 싶다”며 “안 좋을 때 무기력하게 지는 것을 없애야 한다”고 반성도 잊지 않았다.
“포수 강남이형이 커브를 많이 쓰자고 주문하신다. 커브 연습을 해서 비중을 더 높이고 싶다. 체인지업도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게 연습하겠다”고 구체적인 보완점을 밝힌 이민호는 “10승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아직 우리 팀이 2위를 확정하지 않았고, 더 올라갈 수도 있다. 남은 시즌 최대한 많이 승리해야 한다. 매 경기 퀄리티 스타트를 목표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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