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승이 아니면 어떤가. 5월 25일부터 3달이 넘게 지는 법을 잊었는데. 도쿄올림픽 한일전 선발을 맡았던 KT 고영표가 한 시즌 개인 최다승과 함께 또 한 번 진화했다.
고영표는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8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12번째 승리를 챙겼다.
설명이 필요 없는 압도적 피칭이었다. 9회 1사까지 투구수는 98개에 불과했고, 그 중 스트라이크가 무려 80개(볼 18개)에 달했다. 최고 구속 144km의 투심과 체인지업, 커브 등 3가지 구종의 이상적인 조화 속에 8회까지 득점권 위기는 4회 김인태의 안타와 허경민의 2루타로 처한 1사 2, 3루가 전부였다. 고영표는 그렇게 KT 구단 최초 선발 10연승과 함께 종전 11승을 넘어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을 경신했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올 시즌 승리를 많이 쌓고 있는데 팀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물론 초반에는 승보다 패가 많아 힘들었다. 그러나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기겠지’라는 생각 속에 좋은 투구했던 게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영표는 5-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완봉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선두 김인태를 만나 초구에 솔로홈런을 헌납하며 도전이 좌절됐고, 김태한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 이후 안재석에게 초구 2루타를 허용, 계속해서 흔들렸다. 후속 허경민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으나 양석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결국 마무리 김재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고영표는 “김인태를 상대로 그 전 타석에서 계속 좋은 승부를 했는데 초구에 커브를 노려 장타를 칠 줄은 몰랐다”라며 “김태한 코치님은 마운드에서 멘탈을 잡아주시려고 했다. ‘경기를 네가 마무리지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과 함께 다음을 생각하면서 투구해보자고 말씀해주셨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고영표는 이날 호투로 올 시즌 잠실구장 성적을 5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96으로 바꿨다. 이는 홈구장인 수원(10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4.16)보다 훨씬 훌륭한 성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잠실에만 오면 밸런스가 좋아지는 느낌이다. 마운드도 나랑 잘 맞는지 밸런스와 관련한 흐름이 좋다”라고 비결을 전했다.
아울러 고영표는 지난 5월 25일 창원 NC전부터 시작된 연속 무패 행진을 13경기로 늘렸다. 무려 93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는 법을 잊었고, 이 기간 무려 10연승을 달성했다. KT는 고영표가 등판한 13경기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2승 1무다.
KT의 승리 요정 고영표는 “3달이나 내가 등판할 때 지지 않았나요”라고 반문하며 "그런 기록은 의미 있고 좋다. 사실 어제(23일) 경기가 연장 가면서 많은 이닝을 투구한다는 생각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다행히 컨디션이 좋았고, (김)준태와 호흡이 잘 맞았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등판할 때마다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말했다.
시즌 21경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85(142⅓이닝 45자책)을 기록 중인 고영표는 평균자책점 9위(토종 3위), 다승 공동 3위(토종 1위), 최다 이닝 6위(토종 2위), 퀄리티스타트 6위(16회, 토종 2위)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년 도쿄올림픽 한일전 선발의 경험을 살려 올 시즌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이다.
이제는 ‘고퀄스’라는 별명보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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