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0.50' 믿음 주는 경력직 에이스, 역발상 관록까지 보여줬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8.24 14: 46

경력직을 뽑는 이유 중의 하나를 보여줬다. 상대가 잘 아는만큼 이를 역이용하는 영리한 투구를 펼쳤다.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는 3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며 팀의 가을야구 의지를 드높이고 있다.
지난 2020~2021년, 에이스 역할을 했던 스트레일리는 올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가 8월 초, 롯데로 돌아왔다. 글렌 스파크맨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20년 205개의 탈삼진으로 ‘닥터K’의 명성을 쌓았고 롯데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만큼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떻게 책임감을 보여줘야 할지 있다. 지난 2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5강 추격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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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5이닝 4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18일 KT전에서는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6이닝 4피안타 4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복귀 첫 승을 따냈다.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지난 23일, 후반기 승률 2위(14승7패1무, 승률 .667), 팀 타율 3위(.285)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NC를 상대로도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9-3 대승을 이끌었다. NC는 함께 5위 추격전을 펼치고 있고 직접적인 경쟁 상대였기 때문에 스트레일리의 역투가 반가웠다.
스트레일리 합류 이후 롯데는 11경기 8승3패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 기간 리그 1위의 성적이다. 선발진 역시 스트레일리가 복귀전을 치른 시점부터 평균자책점 1.84로 안정감이 생겼다. 에이스 합류 효과를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야수들도 에이스를 향한 신뢰가 굳건하다. 내야수 안치홍은 “야구라는 건 분위기와 흐름 같은 게 있고 선수들 간의 신뢰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스포츠다”라면서 “아무래도 스트레일리가 작년까지 우리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선수단에서는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긴다. 믿음에서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라고 스트레일리 효과를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NC전 투구에서는 ‘경력직’ 선수라는 게 확실하게 드러났다. 상대를 이미 경험한 것은 물론 상대를 역이용하는 역발상 투구까지 선보였다. 스트레일리의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그를 에이스 반열에 올려놓은 주무기다. 체인지업과 커브라는 보조 구종도 갖고 있지만 좌우타자를 가라지 않고 슬라이더를 활용하는 게 주요 패턴이다.
그러나 이날 다른 점이라면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었다. 일단 스트레일리는 최고 147km의 패스트볼 33개를 던졌고 슬라이더 역시 32개를 구사했다. 여기에 체인지업 역시 22개나 던지면서 NC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호흡을 맞춘 포수 정보근은 “우타자를 상대로도 체인지업을 던졌다. 상대가 생각하지 않았던 패턴으로 승부를 한 게 좋았던 것 같다”라며 호투의 이유를 언급했다. 1회말 2사 2루에서 양의지를 삼진으로 잡았을 때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2스트라이크에서 3구 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윙을 한 뒤 양의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허를 찔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기 후 스트레일리는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줘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3경기 연속 크게 실점하지 않고 잘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감을 가지고 던진 것이다. 수비에 있어서 우리 야수들을 믿고 피칭하는 것과 모두 삼진으로 잡으려고 하는 피칭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데 집중한 것이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믿음을 주면서 관록까지 갖춘 에이스의 합류가 롯데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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