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1군 투수진의 현재이자 미래들이 동시에 뭉쳤다. 이제 이들은 단순히 잠재력만 바라보고 미완의 대기처럼 취급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롯데 마운드의 현재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됐다.
투수 유망주를 나름대로 수집하며 육성을 하고 있던 롯데다. 최근 4년 간 1차 지명에서 투수만 3명을 뽑았다. 그 투수 3명은 현재 모두 1군에 머물고 있다. 2019년 1차 지명인 강속구 잠수함 서준원(22), 2020년 경남고 출신 우완 파이어볼러 최준용(21), 그리고 2022년 개성고 출신으로 150km를 거뜬하게 뿌리는 이민석(19)까지. 모두 1군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먼저 서준원은 강속구를 던지는 핵잠수함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데뷔 시즌에는 센세이션한 등장을 하기도 했다. 이후 방황을 하면서 성장이 정체됐다. 하지만 현재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선발진에 안착했다.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14일 KIA전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21일 한화전에서는 5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연승을 했다.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세웠다.
래리 서튼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성숙해졌다. 패스트볼의 강약조절도 좋아졌고 체인지업도 좋아졌다. 슬라이더 감각도 많이 날카로워졌다. 언제 어떤 구종을 던져야 하는지, 볼배합적인 부분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라며 “2년 전에는 그저 사인을 내는대로 던졌다. 하지만 모든 공 하나하나에 목적이 있다. 이전에는 스로잉(throwing)을 했다면 지금은 피칭(pitching)을 잘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준원이 선발진에서 발전하고 안정된 투구 모습을 선보이고 스트레일리의 합류가 더해지며 롯데 선발진은 한층 탄탄해졌다. 이제 서준원이 향후 등판할 5경기 남짓의 경기가 롯데의 올 시즌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불펜진에는 최준용과 이민석이 버티고 있다. 최준용은 지난해 20홀드로 신인왕에도 도전했지만 올해는 부침이 심하다. 팔꿈치 통증까지 겹치면서 잠시 이탈하기도 했지만 지난 21일 한화전 복귀해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올 시즌 성적은 49경기 2승4패 14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56이다. 지난해의 압도적인 위력은 떨어졌지만 나름대로 쌓은 경험과 볼끝의 움직임으로 버텨가고 있다.
복귀 전에는 필승조 역할을 맡았지만 이제는 필승조와 더불어 물론 좀 더 앞선 이닝의 상황에서도 등판할 전망. 서튼 감독은 "최준용은 부상 이후 등판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제구도 괜았다. 구속은 조금 더 올라야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라면서 "앞으로 여러 역할을 앞으로 맡게 될 것이다. 선발과 필승조 사이의 다리 역할도 맡을 수 있다. 마무리 김원중을 제외하고 이기는 경기에는 최준용을 비롯해 이민석, 김도규, 구승민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준용이 짊어졌던 부담과 역할, 이제는 2년 후배인 이민석에게 넘겨줬다고 볼 수 있다. 이민석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착실히 성장 루트를 밟아가고 있었다. 1군 콜업 뒤에는 롱릴리프와 임시 선발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불펜진 재편이 필요해지자 이민석을 멀티 이닝 미들맨으로 맡기고 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이민석은 대담하게 153km 안팎의 패스트볼을 뿌리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기존 슬라이더에 140km까지 나오는 체인지업까지 구사하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창원 NC전에서는 9-1로 앞선 8회 1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해 승계주자 2명을 모두 들여보냈지만 1⅔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9-3 대승을 지켰다. 자신의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을 갖고 더 이상 투수진이 소모되지 않게끔 제 몫을 했다.
모두 미래에 중점을 뒀던 자원들.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고 기다릴 수도 있지만 현재 롯데의 상황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1군에서 성장과 성적을 모두 잡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도 1차 지명 3인방이 모두 1군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롯데의 가을야구 도전은 좀 더 희망차고 활기차게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