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이었다. LG는 내야수 장준원을 KT로 트레이드하면서 선수가 아닌 신인지명권을 받아오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LG는 내야 자원에 여유가 있어서 장준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트레이드였다. 대가로 2023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선수단 등록 인원(65명)이 모두 차 있는 상태다. 투수 김영준을 조만간 정식 선수로 등록하려면, 트레이드가 아니라면 누군가 방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준은 2018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선수다. 입단 첫 해 1군에서 14경기에 등판하고 이듬해는 2군에서 줄곧 뛰었다. 2019시즌을 마치고 군 입대, 지난해 제대했다.
LG는 선수단 인원이 많아 제대한 김영준을 육성 선수 신분으로 팀에 복귀시켰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뛰면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데뷔 1~2년차에는 선발 보다는 불펜으로 더 많이 뛰었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수업을 받았다.
장준원 트레이드 시점에 김영준은 퓨처스리그 6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36이닝을 던져 25피안타(1피홈런) 9볼넷 26탈삼진으로 세부 스탯도 괜찮았다. 예비 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런데 6월 이후 흔들렸다. 6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가 3차례나 있었다. 6월 평균자책점은 8.05로 부진했다. 2군에서도 풀타임 선발 경험은 처음이라 시즌을 치르면서 위기를 겪었다. 정식 선수 등록은 미뤄졌다.
김영준은 7월 26일 한화 2군과의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다음날인 27일 드디어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신분이 전환됐다. 예비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미룰 수 없었다. KBO 규정상, 8월 15일 이전에 정식 선수로 등록되어야 포스트시즌에 출장할 수 있다.
정식 선수 등록이 동기 부여가 됐을까. 김영준은 정식 선수 등록 이후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75(12이닝 1실점)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일 NC 2군과의 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어 지난 17일 SSG 2군과의 경기에선 6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또 승리를 추가했다.
올 시즌 성적은 4경기 8승 2패 평균자책점 4.38이다. 4년 만에 1군 복귀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LG는 토종 선발진으로 임찬규, 이민호, 김윤식이 3~5선발을 맡고 있다. 세 선수가 시즌 내내 기복이 있지만 류지현 감독은 그래도 1군 선발 경험이 많은 이들을 신뢰하고 있다.
임찬규는 전반기 보다는 후반기에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이민호는 2군에서 복귀한 이후 본인의 장점을 되찾아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김윤식도 5선발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예비 선발 자원이 1군에 올라와 롱릴리프 임무를 맡기도 한다. 1군 엔트리에 이우찬이 롱릴리프 역할을 잘 하고 있고, 불펜진 뎁스는 두텁다. 최근 2군에서 올라와 4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한 배재준은 등판 기회가 없어 2군으로 내려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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