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을 노리는 두산 베어스의 순위가 일주일째 8위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KIA와의 승차가 6.5경기까지 벌어졌고, 일단 그 전에 7위 NC, 6위 롯데를 넘어야하는 험난한 상황에 처했다. 지금 추세라면 미라클이 아닌 내년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3순위 유망주를 뽑을 수 있는 메리트를 얻을 듯하다.
이번에도 두산에게 연승은 없었다. 지난 23일 잠실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12차전에서 연장 끝 1-2로 석패하며 21일 LG전 승리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KT에 약한 선발 최원준이 6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했지만 타선이 2회 양석환의 선제 솔로포 이후 침묵했고, 정철원, 홍건희가 휴식한 가운데 마지막 이형범에서 뒷문에 균열이 생겼다.
냉정히 보면 이날 두산은 8월 승률 2위에 빛나는 KT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 가용 전력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다시 말해 가을야구에 초대될만한 전력이 아니었다.
두산은 23일 마침내 4번타자 김재환이 무릎 부상을 털고 복귀했지만 선발 출전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 이에 4번 자리에 외국인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를 배치했고, 최근 7경기 연속 안타의 강승호를 처음으로 1번 기용하며 상위타선의 유기적인 흐름을 노렸다.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송승환의 7번 출전도 나름의 하위타선 강화 전략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항상 그랬듯 고액 연봉자, 해결사, 유망주, 외국인타자 모두 방망이가 무뎠다. 2회 양석환의 솔로홈런이 터질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5회와 6회 선두타자 출루가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7회 1사 1루에서는 대타 김재환과 김인태를 연달아 내보내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없었다. 5회 동점의 빌미를 제공한 투수 최원준의 견제 실책, 잊을만하면 나오는 페르난데스의 병살타 또한 이날의 패인이었다.
반대로 마운드는 칭찬받아 마땅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선발 최원준의 마법사 포비아 극복을 시작으로 김명신, 장원준이 제 역할을 해냈고, 이승진이 2⅓이닝 3탈삼진 퍼펙트 투구로 2년 전 가을을 연상케 했다. 필승조 정철원이 체력 과부하, 마무리 홍건희가 등 담증세로 출전이 불가한 상황에서 잇몸야구가 빛을 발휘했다. 그러나 11회 한때 보상선수 신화를 썼던 이형범이 배정대-강백호(2루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줬다.
사실 두산은 지난해에도 9월 초 순위가 8위였다. 그러나 4위까지 도약해 포스트시즌에서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적을 썼다. 작년의 경우 106경기서 50승 4무 52패(승률 .490)를 기록하며 5위 키움에 2.5경기 뒤진 7위에 위치해 있었고, 두산은 빠르게 5할 승률을 회복한 뒤 이를 넘어 가을행 티켓까지 따냈다.
그러나 올해는 어떤가. 106경기를 치렀으나 작년과 다르게 46승 2무 58패(승률 .442)의 초라한 성적표가 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승패 마진이 –12까지 벌어졌고, 시즌이 38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5위와 승차가 6.5경기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두산은 5위에 6.5경기 뒤진 6위가 아니다. KIA를 따라잡기 전에 NC와 롯데를 먼저 넘어서야 한다.
여기에 지난해와 달리 경기를 거듭할수록 미라클을 향한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다. 잇따른 전력 유출의 한계가 찾아왔는지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지만 대부분 결과가 석패다. 그만큼 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 실제로 두산은 연장 승률이 리그 8위(3승 1무 7패)에 머물러 있고, 역전승이 7위(21승)인 반면 역전패는 2위(29패)다. 5회까지 뒤진 경기 승률도 전체 8위(7승 1무 44패). 두산 특유의 투지와 저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KBO는 올해부터 1차 지명 제도가 폐지되며 연고지 관계없이 신인을 지명하는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두산이 만일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내년 시즌 전국 톱3 유망주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상황. 어쩌면 올해만큼은 가을야구보다 내년 드래프트 지명의 기쁨이 두산의 정규시즌 그 이후를 달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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