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 마음처럼 안 되네요.”
한화 우완 투수 김민우(27)가 모처럼 승리투수가 됐다. 23일 대전 LG전에서 6이닝 8피안타 1볼넷 1사구 6탈삼진 4실점 역투로 한화의 6-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5월24일 대전 두산전 이후 91일, 12경기 만에 시즌 4승째를 달성했다. 그 사이 11경기에서 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했지만 승리 없이 5패만 안았다. 김민우는 9이닝당 득점 지원이 2.9점으로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적다.
승운이 따르지 않지만 그는 야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모자람을 반성했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내가 마운드에서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를 이끌어야 야수들도 더욱 집중해서 도와줄 수 있다. 올해는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방어율이 얘기해준다. 야수들이 집중할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며 자책했다.
김민우의 올해 평균자책점은 5.22로 규정이닝 투수 20명 중 유일한 5점대로 가장 높다.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2020년(4.34), 개인 최다 14승과 함께 규정이닝을 처음으로 돌파한 지난해(4.00)보다 평균자책점이 크게 올랐다. 스스로도 “올해는 제 마음처럼 야구가 안 된다. 결과도 안 나오고 힘들다”고 인정했다.
김민우가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피로 누적이 꼽히기도 한다. 지난해 개인 최다 155⅓이닝을 던졌고, 국가대표에 발탁돼 도쿄 올림픽도 다녀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난해 중반부터 김민우의 구속이 떨어졌다. 국제대회까지 치르며 이닝이 급격하게 늘어 피로가 누적된 게 이유일 것이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다 핑계일 뿐이다. 그렇게 던져도 매년 잘 던지는 선발들이 많다. (부진) 이유를 찾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런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내가 잘해야 한다”며 “못하는 만큼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크볼러’ 이미지가 강하지만 올해는 슬라이더와 커브 비율도 높여 변화를 꾀하고 있다.
힘겨운 시즌이지만 로테이션 한 번 거르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돌고 있는 건 인정받을 만하다. 수베로 감독도 “김민우가 기복이 있지만 매 경기 이닝은 꾸준하게 소화하고 있다. 항상 팀을 위해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도 갖고 있다. 스스로 이닝에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2경기 중 19경기를 5이닝 이상 버텼다.
김민우는 “풀시즌으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로테이션을 도는 것이 내게는 첫 번째다. 승리투수가 되는 것도 좋지만 웬만해선 상대팀 선발보다 늦게 내려오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겠다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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