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평균자책점이 6.26에 그쳤던 좌완 원포인트 투수는 어떻게 KIA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KIA 이준영(30)은 지난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11차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2021년 4월 8일 고척 키움전 이후 499일 만에 개인 통산 두 번째 세이브를 신고했다.
KIA는 지난 11일 정해영이 어깨 염증으로 이탈하며 마무리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었다. 이에 김종국 감독은 5-2로 리드한 8회 무사 1, 2루 위기서 이준영 카드를 과감히 택했고, 이준영은 첫 타자인 조용호를 공 2개로 병살타 처리하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늘린 뒤 배정대를 루킹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수습했다.
이준영은 여전히 5-2로 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김민혁-박병호-강백호로 이어지는 KT 중심타선을 13구 삼자범퇴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이준영은 “카운트를 불리하게 가다 보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8회 조용호를 만나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투구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 최대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가려고 한다”라며 “9회보다는 8회가 더 긴장됐다. 8회를 막은 뒤 마음이 편해졌는데 다시 또 긴장하려고 했다”라고 그날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준영은 군산상고-중앙대를 나와 2015 2차 4라운드 42순위로 KIA에 입단한 좌완투수다. 2016년 1군에 첫 선을 보인 그는 주로 좌완 원포인트를 담당하다가 8년차인 올해 데뷔 후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직구 구속 증가와 슬라이더의 예리한 각을 앞세워 53경기 1승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1.42의 안정감을 뽐내는 중이다. 최근 20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비결을 묻자 이준영은 “시즌 초반에 제구가 많이 안 좋았다. 기록을 보면 볼넷 비율이 높다”라며 “최대한 볼넷을 안 주려고 초구부터 승부를 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가면서 제구가 좋아졌다. 또 후반기 들어오기 전에 서재응 코치님이 팔 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결과 포인트가 일정하게 잡히고 앞에서 던지게 됐다”라고 답했다.
정해영과 함께 전상현, 장현식 등 믿을맨들이 대거 부상 이탈하며 이전보다 책임감도 커졌다. 이준영은 “그 전에는 순번이 지나가고 이닝이 지나가면 안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했는데 지금은 어차피 나가야 하니까 편하게 던지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긴장도 덜 되고 결과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준영의 또 다른 호투 비결은 LG 트윈스에 있는 좌완 선배 진해수의 투구 영상이었다. 이준영은 “볼배합과 관련해 진해수 선배 영상을 많이 봤다. 진해수 선배도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등판하기 때문에 어떻게 공을 던지고, 로케이션을 가져가는지 참고했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홀드왕 출신인 진해수는 개인 통산 145홀드를 기록 중인 KBO리그 대표 좌완 불펜이다.
KIA는 조만간 JJJ(정해영, 장현식 전상현) 트리오가 모두 부상에서 돌아올 전망이다. 열흘이 넘는 휴식을 통해 어깨 상태가 좋아진 정해영이 오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컴백하며, 장현식은 8월 말~9월 초, 전상현은 9월 중순 복귀 일정이 잡혀 있다. 그 때까지는 이준영이 평균자책점 1점대 상승세를 계속 이어야하며, 이들이 돌아온 뒤에도 좌완 특성 상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준영은 “22일처럼 앞으로도 멀티이닝을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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