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어 얘기 많이 들어서…" FA 만큼 무거웠던 부담, 극복한 장외 타격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8.23 04: 16

“알테어, 알테어 얘기를 많이 들었다.”
박건우(32)는 지난해 12월 FA 계약(6년 100억원)을 통해 NC에 새둥지를 텄다. 이 시기 NC는 미국 복귀를 원한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31)와 재계약 협상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알테어는 2020~2021년 주전 중견수로 폭넓은 수비 범위를 뽐냈다. 코너 외야수 닉 마티니 영입이 발표되면서 박건우는 NC에서 중견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2017~2018년 두산 시절 풀타임 중견수 경험이 있는 박건우이지만 NC에 와선 알테어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박건우는 “처음 팀에 왔을 때 알테어 얘기를 많이 들었다. 수비 범위가 진짜 넓어 좌익수, 우익수 자리까지 가서 잡는다고 하더라. 상대팀일 때는 잠깐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팀 내부적으로는 크게 인정한 선수였더라”고 말했다. 

NC 다이노스 박건우가 5회말 2타점 적시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2022.04.06 / foto0307@osen.co.kr

이어 박건우는 “처음에는 부담이 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테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할 것만 하면 나중에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못하는 수비가 아니고, 주자의 한 베이스 진루를 막는 것에 집중했다”고 이야기했다. 
중견수는 외야수 중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자리. 그는 “연습할 때는 좌중우 다 두루두루 연습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이 조금 더 힘들다. (좌우로) 타구가 갈 때마다 움직여야 하고, (투수가) 2루 주자 견제를 하면 백업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력 부담이 클수록 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박건우는 4년 만의 풀타임 중견수 시즌에도 타격 생산력이 여전하다. 
NC 박건우가 KT 김민혁의 타구를 잡고 있다. 2022.04.23 /sunday@osen.co.kr
올 시즌 73경기에서 타율 3할5푼1리(271타수 95안타) 7홈런 47타점 OPS 894로 활약 중이다. 허벅지 부상으로 6월1일부터 7월11일까지 41일 동안 빠졌지만 복귀 후 24경기 타율 3할8푼2리(102타수 39안타) 4홈런 17타점 OPS .976으로 폭발 중이다. 돌아온 박건우의 활약으로 NC도 뒷심이 붙어 6위까지 순위가 올라 5강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규정타석에도 18타석이 남았다. 남은 시즌 꾸준히 출장하면 어렵지 않게 규정타석 충족이 가능하다. 현재 박건우의 타율은 규정타석 1위 호세 피렐라(삼성 .344)는 물론 규정타석 진입까지 10타석 남은 문성주(LG .350)보다 높다. 통산 3000타석 기준으로 역대 타율 3위(.328) 타자답게 박건우의 경험과 능력이라면 생애 첫 타격왕 등극도 가능한 기세다. 
하지만 박건우는 타격왕에 대한 욕심이 없다. 2017년 두산 시절 김선빈(KIA)과 타격왕 경쟁을 했으나 시즌 막판 상대 송구에 얼굴을 맞는 부상으로 페이스가 꺾여 2위에 만족해야 했던 그는 “매번 타격왕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솔직한 내 마음이다. 그동안 경기에 많이 빠졌고, 앞으로 들어가야 할 타석이 많다. 피렐라나 이정후(키움)처럼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뛰며 고생한 선수들이 타격왕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예전 같으면 욕심이 났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팀이 이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NC 2루주자 박건우가 양의지의 좌익선상 2타점 2루타에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22.08.10 /cej@osen.co.kr
5위 KIA에 4.5경기 차이로 따라붙으며 대역전 5강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NC에서 박건우의 책임이 막중하다. 모범 FA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큰돈을 받고 FA로 왔는데 개인 성적 좋다고 팀 순위가 밑에 있으면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야구는 말 그대로 팀 스포츠이고, 팀이 좋아야 나도 빛을 본다”며 NC의 5강 대역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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