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마운드에 ‘99즈’ 트리오가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두산은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배명고 곽빈(23)을 1차지명으로 뽑았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경기고 박신지(23)를 찍고, 2라운드에서 안산공고 정철원(23)을 픽했다.
곽빈은 2018년 데뷔 첫 해 불펜 투수로 뛰다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 시즌 후 수술을 받았다. 재활 후 지난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았고 올해 구위가 더욱 좋아지고 있다.
박신지는 입단 후 두 시즌을 뛴 후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전역했다. 올 시즌 불펜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주다 7월 이후 부진 지금은 2군에 내려가 있다.
정철원은 입단 후 줄곧 2군에서 뛰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고, 올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153km의 빠른 볼로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정철원은 지난 21일 잠실 LG전에서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4-2로 앞선 7회 1사 1,2루에서 선발 곽빈에 이어 등판해 홍창기-박해민을 범타로 처리했다. 8회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실점없이 막아냈고, 9회까지 책임지며 팀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2⅔이닝 41구)를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던진 정철원은 경기 후 “친구 빈이의 승리를 지켜주기 위해 집중해서 던졌다. (위기를 막아내자) 덕아웃에서 빈이 표정이 참 밝더라. 불펜 투수의 매력이 승리 투수를 지켜주고 그런 표정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99년생 둘이서 승리를 이끌어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날 마무리 홍건희가 등에 담 증세로 등판하지 못하면서, 김태형 감독은 정철원이 9회까지 던지도록 초강수를 뒀다. 팀도 이겼고, 곽빈은 6월 4일 삼성전 이후 78일 만에 10번째 등판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정철원은 “승리를 지켜줬으니 빈이가 비싸고 맛있는 걸 사 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두산 홍보팀 직원은 “안그래도 곽빈 선수가 정철원 선수에게 한 턱을 낸다고 했다. 소고기와 장어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후 곽빈은 중계 방송 인터뷰, 정철원은 취재진 인터뷰를 각각 따로 했다.
정철원은 5월 12일 키움전에서 절친 박신지의 데뷔 첫 선발승의 지켜주며 홀드를 기록한 바 있다. 두산이 2-0으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 선발 박신지에 이어 정철원이 등판했다. 내야 땅볼로 3루 주자 득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삼진으로 동점을 허용하지 않아 박신지의 승리 요건이 지켜졌다. 정철원은 1⅔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고, 박신지는 승리 투수가 됐다.
박신지는 2018년 9월 26일 키움전 이후 1324일 만에 승리를 기록했다. 이후 박신지는 승리를 지켜준 친구 정철원에게 닭한마리로 한 턱을 냈다고 한다.
친구들의 승리 지킴이 정철원은 두산 마운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43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78로 활약,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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