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이영하(25)가 성장통을 깨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이영하에게 어울리는 보직은 선발일까, 불펜일까.
이영하는 2016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해 대형 투수,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하는 듯 했다. 2017년 데뷔전을 치렀고, 2018년 프로 3년차에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승 투수가 됐다. 2019년에는 풀타임 선발로 뛰며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맛봤고, 병역 면제까지 받고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그런데 2020시즌 선발에서 제구 난조를 겪으며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하기도 했다. 8월까지 선발로 19경기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했는데 9월부터 불펜 투수, 마무리로 보직을 바꿔 23경기 2승 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4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다시 선발로 복귀했는데, 기복이 심했고 난타 당하는 일이 잦았다. 11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9.80으로 부진했다. 2군에서 재조정도 하고, 다시 9월에는 불펜 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불펜 투수로 24경기에서 4승 1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0으로 좋은 구위를 되찾았다.
3년째 반복되고 있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서 21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중이다. 후반기에는 부침이 심하다. 후반기 4경기에서 3패 9⅔이닝 13실점(12자책) 평균자책점 11.17로 부진하다.
김태형 감독은 21일 이영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하루 전(20일)에는 “(우천 취소로) 등판이 없었던 이영하를 주말 LG 2연전에는 불펜 투수로 기용할 생각이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계획을 변경했다.
그 이유로 김 감독은 “지금 상태로는 중간에서 던지나 선발로 던지나 심적으로 안정이 안 돼 있어 엔트리에서 빠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투수 코치와 면담을 하고서 한 번 빠지는 것을 얘기하길래 그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심리적인 분위기 전환을 하는 시간을 갖게 한 것.
최근 1~2년 동안 김태형 감독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선수가 이영하일 것이다. 그만큼 애정이 있고, 잠재력이 있는, 앞으로 두산의 주축 투수가 될 재목이기 때문이다.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던지는 이영하는 분명 높은 실링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이영하의 부진에 대해 “성격이 선발 체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부진의 가장 큰 문제는 제구력 난조, 이는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파악했다. 공이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으면, 조급해지고 급해진다. 멘탈이 흔들리고 쉽게 달아오른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불펜으로 1이닝 던질 때는 그냥 막 던지면 된다. 선발은 다르다. 실점을 해도 잊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곽빈이 그런 (선발) 체질이다”고 말했다. 이영하는 잘 안 풀릴 때는 멘탈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17승을 찍은 이후 3년째 선발 투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영하가 다시 1군에 올라올 때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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