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홈런을 달성한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 투타겸업의 진수를 뽐내며 슈퍼맨이라고 불리던 그가 위장염이라는 질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타니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투수 겸 3번타자로 나서 마운드에서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3실점 난조 속 시즌 8패(10승)째를 당했다. 타석 기록은 1타수 무안타 1볼넷.
0-0이던 1회 선두 라일리 그린에게 우중월 솔로홈런을 헌납하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초구 94.3마일(151km) 포심패스트볼이 야속하게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허용한 최장거리 홈런(136.55m)으로 이어졌다.
0-1로 뒤진 2회도 힘겨웠다. 선두 윌리 카스트로의 2루타에 이어 코디 클레멘스를 삼진, 터커 반하트를 좌익수 뜬공 처리했지만 아킬 바두의 내야안타와 도루, 그린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후속 빅터 레예스를 2루수 땅볼 처리하며 실점은 막았다.
3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오타니는 4회 2사 후 바두-그린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레예스에게 2타점 3루타를 헌납하며 추가 실점했다. 이후 0-3으로 뒤진 5회 타석 때 커트 스즈키와 교체되며 경기를 조기에 마쳤다. 투구수는 85개.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경기 전부터 위에 이상 증세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등판을 강행하다가 결국 경기 도중 탈이 났다.
매체는 “오타니의 이날 투구폼에는 생동감이 없었다. 투구 시에도 여러 차례 마운드에서 발을 빼는 등 템포가 좋지 않았다”라며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태가 된 그는 대타와 교체됐다. 에인절스 구단은 교체 이유를 바이러스성 위장염이라고 발표했다”라고 보도했다.
오타니는 수척한 표정으로 경기 후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어제(21일)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오늘(22일) 오전부터 컨디션에 이상을 느꼈다”라며 “그러나 다른 동료들의 부담을 고려해 등판을 회피할 생각은 없었다. 컨디션과 관계없이 마운드에 오르려 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23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는 뛸 수 있을까.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대행은 “우리는 오타니를 슈퍼맨이라고 부르는데 그도 결국 사람이었다”라며 “계속해서 선수 상태를 체크할 계획이다. 위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경기 후 식사를 잘 마치고 영양 공급을 잘 받았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오타니라면 23일 탬파베이전 출전 여부를 물었을 때 분명 플레이를 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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