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의 왼팔뚝을 맞힌 사구로 일촉즉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날 뻔 했다. 사구를 맞은 타자는 참았는데, 덕아웃에 있던 동료 투수가 더 흥분했다.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진 5회 2-1로 앞선 양키스는 1사 후 앤드류 베닌텐디가 2루타로 출루했다. 애런 저지는 1볼에서 2구째 싱커에 왼팔을 강타당했다.
저지는 토론토 선발 알렉 마노아를 향해 한 두 걸음 내딛으며 불만의 메시지를 표출하다 1루쪽으로 방향을 틀어 배트를 내려놓고, 왼팔 보호장비를 풀었다. 마노아도 서서히 타석쪽으로 내려갔다.
양키스 덕아웃에서 동료들이 뛰어나오는데, 저지는 손을 들어 동료들이 나오지 않게 저지했다.
양키스 덕아웃 앞에서 게릿 콜이 가장 흥분했다. 그는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파울 지역에서 마노아를 향해 큰 소리로 불만을 표출했다. 저지는 1회 타석에서도 몸쪽 깊숙한 싱커에 맞을 뻔 했다. 콜이 너무 흥분해 그라운드로 나오려는 걸 코치가 말릴 정도였다.
토론토 덕아웃에서도 몇몇 선수들이 파울지역으로 나와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누군가 도화선을 당긴다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날 분위기였다.
1루로 걸어간 저지는 다시 마노아를 향해 되돌아가 마운드 근처에서 서로 만났다. 서로 한 두 마디를 주고받으며, 각자 위치로 돌아가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마노아는 고의가 아니라고 했고, 저지도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 점 뒤진 상황에서 1사 2루, 투수는 홈런타자를 어렵게 승부하다 볼넷으로 1루를 채울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팀은 고의적으로 빈볼을 던졌다고 의심을 했지만. 마노아는 저지 상대로 통산 16타수 1안타(1홈런) 삼진 6개를 기록하며 천적 관계였다.
저지는 이후 덕아웃에서 동료들에게 “경기가 (1점차) 접전이라 흥분과 충돌을 감수하기에 위험하다”고 냉정하게 경기에 집중하자는 뜻을 말했다고 한다. 양키스는 7회초 2-2 동점을 허용했지만 1사 만루 역전 위기를 막아낸 뒤 7회말 앤드류 베닌텐디의 투런 홈런이 터져 4-2로 승리했다.
경기 후 마노아는 "최근 5~6경기째 싱커 제구가 잘 안 되고 있다. 저지의 사구는 고의가 아니다. 그에게 일부러 맞힌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노아는 흥분했던 콜을 향해서는 일침을 날렸다. 마노아는 “콜이 뭔가를 하고 싶다면, 다음에는 아우디 로고를 지나쳐 걸어오면 된다”고 도발적인 멘트를 보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양키스 덕아웃과 1루 파울라인 사이에는 아우디 로고가 그려져 있는 것을 두고 말한 것이다. 이날 콜은 주위에서 붙잡고 말리는 바람에 아우디 로고를 넘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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