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FA 첫해부터 부진…ML 출신 3루수의 방황 “내가 팀에 도움이 되는 건가”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8.22 06: 23

KT 3루수 황재균(35)에게 2022시즌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시즌에 앞서 두 번째 FA 계약에 골인하며 다시 한 번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타율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급기야 자신의 존재가 팀에 도움이 되는지 의심하며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황재균은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시즌 12차전에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 주역으로 거듭났다.
황재균은 0-1로 뒤진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맞이한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친 뒤 김준태의 내야땅볼 때 홈을 밟으며 동점 득점을 책임졌다. 이후 3-1로 앞선 3회 2사 1루서 내야안타로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완성했고, 여전히 3-1로 리드한 5회 1사 1, 3루서 달아나는 3점홈런(시즌 6호)을 날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황재균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5회말 1사 1,3루에서 KT 황재균이 좌월 3점포를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2.08.21 /jpnews@osen.co.kr

경기 후 만난 황재균은 “홈런을 두 달 만에 친 것 같다”라고 멋쩍게 웃으며 “홈런 욕심을 많이 내려놓은 상태였다. 이후 김강, 조중근 코치님과 원래 갖고 있던 스윙으로 교정을 했는데 그 다음부터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홈런도 나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황재균의 한 경기 3안타는 7월 6일 광주 KIA전 이후 46일, 홈런은 6월 30일 대구 삼성전 이후 52일만이었다.
5회말 1사 1,3루에서 KT 황재균이 좌월 3점포를 날리고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2.08.21 /jpnews@osen.co.kr
2021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원소속팀 KT와 4년 60억원에 재계약하며 종신 마법사를 선언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첫해부터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4월은 그래도 타율이 2할8푼6리로 나쁘지 않았지만 5월 2할7푼2리, 6월 2할3푼, 7월 2할5푼4리로 부진이 거듭됐다. 시즌 타율이 한때 2할5푼5리까지 떨어지며 메이저리그 출신 3루수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황재균은 “올해는 장타력이 갑자기 떨어졌다. 그래도 한 달에 4~5개씩은 꾸준히 쳐야하는 타자인데 두 달에 한 번씩 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힘든 한해다”라며 “다행히 득점권타율(3할3푼)이 높아 타점은 잘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야구가 너무 안 돼서 나답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계속 받아왔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황재균은 철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올 시즌 배정대(108경기)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05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다만 이 또한 그에게는 스트레스였다. 황재균은 “나는 매년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이 아닌 이상 계속 나간다. 그런데 올해는 ‘내가 나가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행히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그런 부분에 있어 마음을 편하게 해주셨고, 팀도 요즘 이기고 있어서 좋다”라고 전했다.
황재균은 방황의 시간을 거쳐 최근 10경기 타율 3할7푼8리 1홈런 8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2할5푼5리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도 2할6푼7리까지 끌어올린 상황. 비결은 이른바 무심(無心) 타법이었다.
5회말 1사 1,3루에서 KT 황재균이 좌월 3점포를 날리고 있다. 2022.08.21 /jpnews@osen.co.kr
황재균은 “너무 성적만 쫓아갔다가 더 안 된 것 같아서 요즘 같은 경우는 못해도 팀이 이기면 타격을 크게 안 받는다.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라며 “물론 오늘(21일) 같이 결정적인 한방을 치면 기분이 좋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어도 팀이 이기면 그 또한 좋다”라고 밝혔다.
포수 장성우의 조언도 슬럼프 탈출에 큰 도움이 됐다. 황재균은 “나 같은 경우는 홈런도 20개 가까이 쳐야하고 타율도 2할9푼에서 3할을 왔다갔다해야하는데 2할5푼에 머물러 스트레스가 컸다”라며 “(장)성우가 우스갯소리로 '형은 3할 치다가 2할5푼 쳐서 스트레스 받는데 난 계속 2할5푼 언저리에 있으니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했다. 그 얘기가 맞는 것 같다. 나 혼자 만족을 하지 못했다”라고 되돌아봤다.
KT는 이날 승리로 3위 키움과의 승차를 0.5경기까지 좁혔다. 전반기 한때 꼴찌에서 이뤄낸 엄청난 약진이다. 황재균은 “감독님도 한 번 이야기하신 게 너무 승차에 신경을 쓰면 선수들이 경직될 수 있으니 그냥 편안하게 우리 경기를 하자고 하셨다. 그러다 보면 순위가 한 단계 오를 수 있고, 또 아니면 지금 위치에서 가을야구를 하면 된다. 최근 팀이 잘 되고 있는데 나 또한 이제는 잘 될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남은 시즌 FA다운 활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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