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불펜 투수 정철원이 인생 경기를 펼쳤다.
정철원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했다. 무려 41구를 던지며 2⅔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개인 최다 이닝 투구였다.
정철원은 4-2로 앞선 7회 1사 1,2루에서 등판해 위기를 막았고, 8회 1사 만루 위기도 극복했다. 마무리 홍건희가 경기 전 훈련하다 등에 담 증세로 이날 등판하지 못하면서 9회까지 책임지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정철원은 7회 1사 1,2루에서 홍창기, 박해민을 범타로 처리했다. 8회는 1사 1,2루에서 문성주의 강습 타구에 엉덩이를 맞았다. 타구가 3루로 굴절돼 내야 안타가 되면서 1사 만루에 몰렸다. 가르시아 타석에서 폭투 때 3루 주자를 홈에서 태그 아웃시켰고,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회는 삼자범퇴로 막아 승리를 지켰다.
정철원은 경기 후 “8회를 막고 내려와서 건희 형이 못 나간다고 9회까지 내가 던져야 한다고 들었다. 부담감이 컸다. (8회)타구에 엉덩이를 맞아 100% 힘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더 집중하고 던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7~9회 세 이닝을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정철원은 “위기 상황이라고 긴장하고 그러진 않는다. 7회 등판할 때는 친구 빈이의 승리를 지켜주고 빈이가 남긴 주자를 실점없이 지켜주자 생각했다. 8회는 9회에 건희 형이 올라올 줄 알고 다리를 잘 연결해주자 생각으로 열심히 던졌다. 9회는 내가 경기를 마무리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며 던졌다. 매 이닝 마음가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99년생 둘이서 승리를 이끌어 너무 기분 좋다”고 기뻐했다.
8회 1사 만루에서 폭투가 나왔는데 오히려 3루주자를 잡는 행운이 됐다. 정철원은 “평소에 쓰레기도 잘 주워서 버리고, 착한 일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그런 행동 덕분에 오늘 행운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정철원은 “신인왕은 솔직히 아직까지 받고 싶다, 욕심 난다, 그런 생각을 하진 않는다. 단지 팀이 1경기 승리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고, 시즌 끝까지 두산과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열심히 하면 신인왕이든 뭐든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깜짝 활약을 하고 있는 정철원은 이날 경기가 “제일 재미있었고, 제일 힘들었고, 제일 쓸쓸했다”고 정리했다. 박빙의 승부처가 이어졌고,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왜 쓸쓸했을까. 그는 “건희 형이 아파서 못 던지면 다른 투수가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에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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