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에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SSG 랜더스 출신 선수들의 성공시대가 열리고 있다.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조용호와 승리조 자원으로 발돋움한 이채호 모두 랜더스가 친정이다.
막내 구단 KT는 2013년 창단 후 신생팀 특별지명,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 FA, 방출선수 영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력을 구축해 왔다. 때문에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선수들이 모인 이른바 외인구단의 색채가 짙었다. 그 중에서도 배제성, 하준호, 박시영, 김준태, 장성우, 신본기, 황재균, 오윤석 등 유독 롯데에서 온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강철호 4년차인 올해는 롯데가 아닌 SSG 출신 선수들의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랜더스에서 온 선수들이 후반기 치열한 순위싸움에 큰 힘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외야수 조용호는 야탑고-단국대를 나와 지난 2014년 SSG의 전신인 SK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단했다. 이후 2017년 1군에 데뷔해 69경기 타율 2할7푼2리의 임팩트를 남겼지만 이듬해인 2018년 16경기 타율 7푼7리의 부진 이후 조건 없는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KT로 둥지를 옮겼다.
이적은 조용호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2019년부터 KT 이강철 감독 아래 꾸준한 기회를 얻으며 백업 꼬리표를 뗐고, KT 4년차인 올해 95경기 타율 3할2푼2리 2홈런 28타점 출루율 .397의 활약 속 마법사 군단의 리드오프 자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육성선수, 백업선수를 거쳐 우승팀 외야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게 된 조용호다.
지난 20일 수원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 또한 “무슨 평가가 필요합니까”라고 반문하며 “우리 팀은 전반기 (조)용호가 부진해서 하락세를 탔다. 그런데 반대로 최근 용호가 살아나며 팀이 함께 살아나고 있다. 우리는 무조건 용호가 살아나가야 한다”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또 한 명의 1위팀 출신 성공 사례는 잠수함투수 이채호다. 용마고 출신의 이채호는 2018 SK 2차 6라운드 55순위로 꿈을 이뤘지만 입단 후 2군 캠프인 강화도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결국 지난 5월 22일 정성곤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SSG에서 KT로 이적했다.
팀을 바꿨더니 KBO리그 잠수함 전설이 감독, 국가대표 현역 잠수함이 선배가 됐다. 두 사이드암 선배의 조언을 빠르게 흡수한 이채호는 6월 2일 KT 데뷔와 함께 한 달간 평균자책점 2.25의 첫 인상을 남기더니 7월 월간 평균자책점 1.29, 8월 0을 차례로 기록 중이다. 그리고 여름 들어 구위와 제구를 인정받고 뒷문을 지키는 필승조의 일원으로 당당히 인정을 받았다. 그의 시즌 기록은 25경기 3승 무패 2홀드 평균자책점 1.35다.
이 감독은 “트레이드 당시 10경기 정도를 꾸준히 던져줬던 기억이 난다. 승패 관계없이 경기를 꾸준히 운영해줬고, 그 결과 부진했던 김민수, 주권이 좋아지는 시간을 벌었다”라며 “구위가 되니까 결국 승리조까지 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구위가 좋아 무조건 쓰려고 했는데 지금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 이채호가 없었다면 우리 팀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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