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하다".
KIA 타이거즈 남하준(26)이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따냈다. 19일 NC 다이노스와의 광주경기에서 9-9로 팽팽한 10회초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이어진 10회 말 공격에서 이창진이 끝내기 스리런포를 가동했고 남하준이 감격의 승리투수가 됐다.
첫 타자가 박민우였다. 긴장한 탓인지 2연속 볼을 던졌다. 직구를 강하게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포크볼을 던져 파울을 유도했고 145km짜리 직구를 던져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손아섭도 볼카우늩 2-1에서 포크를 던져 2루 땅볼로 유도했다.
마지막 타자 최재환도 포크볼로 3루 땅볼로 잡았다. 빛나는 10구였다. 남하준이 깔끔하게 1이닝을 막아내자 10회말 공격에서 1사후 류지혁 안타, 박찬호 사구에 이어 이창진이 끝내기 좌월 스리런포를 터트려 경기를 잡았다. 더그아웃에서 열심히 응원했던 남하준에게 데뷔 첫 승이었다. 3경기차로 쫓길뻔한 경기를 무명의 7년차 투수가 잡은 것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남하준의 얼굴은 약간 흥분상태였다. 표정도 음성도 약간 떨었다. "7년 만의 첫 승인데 팀이 이겨서 좋다. 얼떨떨하다. 생각 못하다 갑자기 승리를 했다. 잘 모르겠다. 당황스럽고 감격스럽다. 울컥하지는 않았다. 홈런을 치는 순간 그냥 생각이 없었다. 소름이 돋았다. 첫 승인가? 정신이 없었다"며 감격스러운 얼굴 표정을 지었다.
남하준은 2016년 2차 2번(전체 18순위)에 낙점받은 유망주였다. 2017년 데뷔했으나 9경기에 출전에 그쳤고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복귀했지만 기회는 없었다. 2020년 8경기, 2021년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도 이번이 두 번째 등판이었다. 신인 내야수 김도영이 손바닥 열상으로 제외되자 18일 대신 콜업됐다.
퓨처스리그에서 16경기 3승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95의 성적을 올렸다. 1군 불펜이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의 이탈로 인해 크게 헐거워졌다. 한 명의 불펜요원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콜업 이틀만에 비상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제몫을 했고, 첫 승까지 따라왔다.
남하준은 "불펜에서 자신있게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자고 했다. (포수) 승택형을 믿고 던진 것이 좋았다. 오랜만에 올라와 살짝 긴장했다. 지더라도 자신있게 던지려고 생각했다. 구종은 비슷비슷한데 직구가 그나마 잘됐다. 주무기인 포크가 각이 좀 작았다. 직구를 강하게 던지려고 했다"고 호투 비결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변화구가 없었다. 2군에서 구종 개발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볼넷도 많아 제구도 신경썼다. 그렇게하다보니 좋았다. 2군에서 하는 것 처럼 똑같이 하자는 마음이다.. 1군에서 최대한 1군에 오래있게 열심히 하겠다. 더 준비 많이해서 더 잘던지려고 노력을 하겠다. 점수 안주고 볼넷 없이 잘 막고 싶다"고 희망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