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렵게 느껴졌나봐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KBO리그는 뒤늦게 가까스로, 그것도 무관중으로 개막했다. 무관중 경기로 팬들의 관심도가 줄어들 수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롯데 댄 스트레일리는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포수 김준태(현 KT)의 국민의례 모습을 캡처한 뒤 티셔츠로 제작해 수훈선수 인터뷰 때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김준태 뒤의 광고판 문구가 절묘하게 겹치며 ‘분하다 준태티’로 불렸다.
스트레일리가 만든 티셔츠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분하다 준태티’는 구단의 공식 마케팅 상품이 됐다. 스트레일리는 에이스이자 마케팅 영업사원이기도 했다. 둘 사이의 돈독한 관계는 화제가 됐다. 2020년 8월 12일 사직 NC전에서는 스트레일리와 김준태가 수훈선수로 선정됐고 나란히 ‘준태티’를 입고 팬들 앞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김준태가 KT로 트레이드 됐고 스트레일리도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 대신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두 선수는 떨어졌고 다시 만날 수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스트레일리가 이달 초,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고 지난 18일 KT와의 경기에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에 나섰고 김준태도 6번 포수로 선발 출장하면서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대결 자체는 그다지 치열하지 않았다. 스트레일리는 이날 첫 5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김준태를 만났다. 하지만 김준태를 상대로 초구에 얼굴 쪽으로 향하는 위협구(?)성 공을 던진 뒤 제구를 잡지 못한 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김준태는 차분하게 기다리며 걸어나갔다.
스트레일리는 4회초 무사 1,2루에서 황재균을 병살타롤 처리하며 2사 3루를 만들었다. 위기 극복의 순간, 다시 김준태를 만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준태를 상대로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6회 2사 2루에서 3번째 맞대결이 펼쳐졌다. 그러나 타석에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스트레일리는 이번에도 초구에 원바운드 되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런데 2루 주자였던 알포드가 무리하게 3루로 향하면서 횡사 당했다. 스트레일리와 김준태의 3번째 승부는 미완으로 마무리 됐다.
아이러니했다. 잘 던지던 스트레일리가 김준태만 만나면 전혀 다른 투수가 된 듯 흔들렸다. 19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스트레일리는 “(김)준태는 외국인 투수를 만나면 잘 치는 타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렵게 승부를 하려고 했다”라며 “초구에 몸쪽 높은 코스로 던진다는 게 힘이 들어가서 머리 쪽으로 향한 것 같다. 준태와의 승부에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어려웠다”라고 토로했다.
김준태는 “이닝 교대 때 들어가면서 스트레일리 옆을 지나갔는데 ‘사랑해요’라고 지나가더라”고 웃었다. 이어 “그 전에 잘 던지고 있었는데 저만 만나면 제구가 흔들리더라. 제가 어려웠던 것 같다”라면서 다시 한 번 멋쩍게 웃으며 ‘티셔츠 더비’를 되돌아봤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