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째 롯데 자이언츠 안방은 답보 상태다. 여전히 강민호(삼성)의 이름을 부르짖는 팬들도 많다. 지난 겨울 강민호의 4년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시 강민호를 데려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다.
주전 포수 공백이 5년이나 지난 현재, 롯데가 기대했던 ‘동반성장론’은 논파 당한지 오래다. 젊고 유망한 저연차 포수들이 함께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주전 포수는 없다. 풀타임 경험이 일천한 포수들이 좌충우돌, 우왕좌왕 하면서 롯데 안방은 그저 매 경기를 버텨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험이 쌓이고는 있지만 경험이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포수 육성은 긴 호흡으로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확고한 주전이 없는 가운데서 펼쳐지는 육성은 어린 병사들을 최전방으로 내모는 것과도 다름 없다. 보고 배울 교본, 즉 베테랑 포수가 없기에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2018년부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포수들이 모여 '올해 롯데 안방, 문제 없다'는 의미로 단체 사진을 찍는 건 '웃픈' 연례행사가 됐다.
2018년부터 롯데는 나균안, 나원탁, 안중열, 김준태, 강태율 등 데뷔 5~6년차 이하의 선수들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강민호의 공백을 이들이 서로 상호 보완하며 채워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를 찾는 게 드물었다. 결국 나균안과 나원탁은 투수로 전향했고 김준태는 KT로 트레이드 됐다.
그러다 2019년 겨울, 그나마 1군 경험이 있고 타격 능력까지 받쳐주는 지시완을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당시 성민규 신임 단장의 회심의 카드였다.
문제는 지시완 역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 첫 해에는 사생활 논란으로 1년을 허비했다. 올해는 ‘입스’ 의혹이 터졌다. 투수들과의 호흡도 썩 원활하지 않다는 구단 안팎의 의견도 많다. 결국 지시완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지 3시즌 째를 맞이하지만 주전 포수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투수들과 호흡이 괜찮은 정보근,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강태율, 여기에 언제나 주전 포수감으로 꼽혔지만 잠시 반짝 활약만 하는 안중열이 돌아가며 기회를 받았지만 다른 구단 주전 포수들의 면면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일단 상무에서 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지난해 1차 지명 손성빈이 2023시즌 돌아온다. 그러나 손성빈 만으로 미래 포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성빈 역시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 또 다른 포수를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을 수만 있다면 롯데로서는 최대한 모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공교롭게도 올해 드래프트 대상자들 가운데 지역 팜 출신인 경남고 김범석이라는 거포형 포수가 있다.
덕수고 심준석은 미국 도전을 택했고 서울고 우완 김서현, 충암고 좌완 윤영철이 앞서 지명이 될 것이 유력하다. 한화, KIA에 이어 전체 3순위 지명권 쥐고 있는 롯데는 고질적인 문제를 치유하고 포수진 뎁스 자체를 충족시킬 김범석을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보근의 군 문제 해결도 필요한 상황에서 젊은 포수의 충원은 롯데로서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물론, 젊은 선수에 또 다른 젊은 선수가 더해진다고 하더라도 포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미 동반성장론이 논파 당한 상황에서 젊은 포수들을 이끌어 줄 베테랑 포수의 영입은 필수적이다.
지시완을 영입하기 전, 롯데는 당시 FA 시장에 베테랑 포수 이지영, 김태군이 있었지만 모두 패싱했다. 롯데의 제안에 48시간 내에 응하지 않자 제안을 철수했다. 결국 지시완 영입으로 이어졌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 그 대가를 여전히 치르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고 열릴 FA 시장은 포수 풍년이다. 125억 원의 남자 NC 양의지, KIA 박동원, LG 유강남, 두산 박세혁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모두 팀 내 주전 포수들로 경험이 풍부하고 젊은 포수들이 보고 배우며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당장 전력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안방 리더로 투수진까지 동반 상승을 끌어낼 수 있다.
3년 전 겨울처럼 FA 시장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롯데의 안방 보강은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 젊은 포수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리빌딩도 교본과 완충재가 있어야 완성될 수 있다. ‘가성비’와 ‘잠재력’에만 집중한 결과, 롯데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제라도 새로운 전략으로 변화해 미래와 현재를 모두 챙겨야 하지 않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