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023년 신인 드래프트는 ‘심준석 드래프트’로 명명될 수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선수가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드래프트 대상자 가운데 가장 잠재력이 풍부한 덕수고 심준석이 메이저리그 무대 도전을 택하면서 드래프트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심준석을 제외한 드래프트 대상자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1차 지명이 폐지되고 전면드래프트로 회귀하는 첫 시즌. 심준석의 메이저리그 도전 여부에 따라서 한화, KIA, 롯데, NC 등 1라운드 지명 전략이 달라질 수 있었는데 심준석이 결단을 내리며 지명 선수들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잡히고 있다. 심준석과 함께 서울고 김서현, 충암고 윤영철이 ‘고교 3대장’으로 평가 받았고 이들이 우선적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와 KIA의 선택은 사실상 이 두 명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150km 중반대를 뿌리는 우완 파이어볼러냐, 경기 운영 능력이 좋은 좌완 투수냐를 두고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관심은 그 이후다. 150km가 넘는 구속을 뿌리는 경남고 신영우, 신영우와 배터리를 이룬 거포형 포수 김범석,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이 김서현과 윤영철 이후 지명을 받을 선수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1라운드 재목 가운데 유일한 대학생 선수인 고려대 김유성도 1라운드 지명 대상자를 논하는데 빼놓을 수 없다. 올해 2학년 시즌을 마치고 얼리 드래프트로 프로 무대를 노크하는 김유성은 150km의 빠른공을 뿌리며 경기 운영 능력까지 장착, 당장 즉시전력감으로 꼽히고 있다. 짧은 이닝은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불펜 투수 재목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야구 기량만 보면 김유성은 당장 1라운드에 지명이 돼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모두가 1라운드 지명을 망설이고 있다. 그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 때문이다. 김해고 3학년 시절이던 2020년, 김유성은 NC의 2021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을 받았고 논란 끝에 NC는 김유성의 1차 지명을 철회했다. 과거 내동중 시절 후배에게 폭행을 가했고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의 징계를 받았다.2018년 2월에는 창원지방법원의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까지 받았다. NC는 모처럼 지역 팜 내 최고 투수를 야구 외적인 이슈로 놓치게 됐다.
이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020년 9월 28일 김유성의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프로에 발을 내딛지 못한 김유성은 고려대에 진학을 하고도 공식경기를 뛰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12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3.15(40⅓이닝 14자책점), 22볼넷, 57탈삼진, WHIP 1.13의 기록을 남겼다. 1년의 공백을 딛고도 김유성은 확실히 다른 재목이라는 점을 과시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 김유성의 얼리 드래프트 참가 루머가 돌 때부터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김서현, 윤영철 다음으로 김유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뽑지 않을 이유는 없다”라는 말로 김유성의 지명에 대해 고민을 했다. 특히 한화, KIA 다음으로 지명을 해야 하는 3순위 롯데가 김유성 선택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롯데가 김유성을 패싱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2년 전 1차 지명을 철회했던 NC가 기다리고 있다. NC도 내부적으로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
야구적으로 보면 김유성의 1라운드 지명은 이변이 될 수 없다. 그만큼 아까운 재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야구만 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점점 학교폭력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김유성이 지명을 하는 구단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의 과거도 이제 면밀히 들여봐야 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김유성이 아직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구단들이 생각해야 할 대목.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반성의 근거이자 향후 리스크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모든 구단들이 김유성을 두고 눈치싸움을 펼쳐질 것이다. 김서현, 윤영철이 뽑힌 뒤부터가 관건이다. 만약 1라운드에서 김유성을 패싱한다면 2라운드부터는 구단들은 리스크와 재능 사이에서 고민을 할 게 분명하다. 오는 9월 15일 열리는 신인드래프트 당일까지 김유성의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이 될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