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김하성이 필요하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사실상 주포 1명 없이 전반기를 치렀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면서도 내셔널리그 홈런 1위(42개)에 오른 ‘MVP급’ 슈퍼스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가 시즌을 앞두고 손목 골절상 수술을 받은 것.
부상의 사유는 야구와 관련이 전혀 없는 오토바이 사고였다. 지난해 단 한 번의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않고도 14년 3억4000만 달러(약 449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이기에 구단은 불편한 감정을 표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구단은 타티스 주니어와의 ‘신의’를 생각해서 계약상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을 파고들지 않았다. 재활을 물심양면 지원하며 돌아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던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타티스 주니어가 경기력 향상 물질인 클레스테볼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게 됐다. 타티스 주니어는 피부병 치료 목적이라고 항변했지만 그의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타티스의 행보에 배신감을 느꼈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18일, ‘오는 금요일 샌디에이고에서 타티스 주니어는 A.J. 프렐러 야구 운영 부문 사장과 만날 예정이다. 클럽하우스에도 등장해 동료들 앞에서 말할 예정이다. 또한 주말에는 피터 시들러 구단주와도 만날 계획이다’라면서 ‘이 스타 유격수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구단과의 관계의 방향설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를 완전히 잊어야 한다. 내년 초까지는 없는 선수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전반기를 잘 버텨왔고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하성의 ‘스텝 업’도 빼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타티스 주니어의 복귀가 물거품된 상황에서 앞으로도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라고 강조한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의 중요도를 역설하면서 ‘데뷔시즌, 평균보다 대략 30% 떨어지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올해는 리그 평균의 타자가 됐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가치있는 수비력을 보여준 선수다’라며 ‘그의 성장은 예상 밖이었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해질 수 있었다. 타티스 주니어는 징계를 받았고 최고 유망주였던 CJ 에이브람스는 소토와 트레이드됐다. 당분간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티스 주니어의 부재에도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했다면 출전 시간을 잃었을 김하성은 팀의 선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라며 ‘구단이 처음에 기대했던 20홈런-20도루은 근접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평가는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 꾸준한 노력으로 수준급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격동의 여름,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대체불가의 선수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렸다.
여러 지표에서 김하성의 역량이 확인되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팬그래프’ WAR은 2.6,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3.2다. 메이저리그 유격수 상위 10명 안에 드는 수치다. 또한 수비로 실점을 막은 수치를 계량화 한 DRS 공동 15위, 수비 위치, 타구 속도 등을 감안해 평균 대비 얼마나 더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는지를 확인하는 OAA 공동 21위, 그라운드를 구역화 한 뒤 타구마다 가중치를 부여해 얼마나 넓은 수비 범위로 실점을 막아냈는지 확인하는 UZR은 공동 6위다.
김하성은 올 시즌 레벨업의 원동력으로 동료들을 꼽았다. 그는 “마차도, 크로넨워스 등과 함께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된다.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수비적인 지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공격적인 수치들을 체크하긴 했는데, 여기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확인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경기를 할 뿐 수치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새로운 리그, 언어, 환경, 그리고 KBO리그 시절과 다른 불규칙한 경기 출장 시간 등 때문에 적응에 애를 먹었다. 현지에서도 김하성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2년 째에는 적응을 마치고 주전 선수로 거듭났다. 김하성은 “공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지난해 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됐고 올해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비시즌 빅리그 투수들에 적응하기 위해 타이밍, 메커니즘을 수정한 게 도움이 됐다. 그래도 경험만큼 큰 도움이 된 것은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칭찬 속에 18일, 마이애미 말린스전, 김하성은 4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데뷔 첫 4타점 경기. 점점 김하성의 입지가 단단해지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