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퇴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40세 거포 이대호(롯데)가 5위 KIA와의 5경기 승차를 지우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이대호는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12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6위 자리를 지켜낸 귀중한 활약이었다.
첫 타석부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0-4로 뒤진 1회말 무사 만루 찬스서 등장해 두산 선발 최원준의 초구 직구(139km)를 공략,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때려낸 것. 롯데는 1회초 찰리 반즈의 예상치 못한 4실점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었지만 이대호의 한방에 힘입어 1회말 6-4 역전에 성공했다.
이대호는 계속해서 2회 2사 후 좌전안타, 4회 2사 1루서 우전안타를 치며 7월 6일 인천 롯데전 4안타 이후 42일 만에 한 경기 3안타를 완성했다. 아울러 최근 4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성공. 8월 월간 타율은 3할2푼6리에 달한다.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어제, 오늘 이순철 위원님과 같이 식사하면서 옛날 좋았던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며 “최근 감이 좋은 추세였고, 그 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너무 좋다. 방망이를 던지면서 쳐도 중심에 맞는다. 이제 38경기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으로 야구를 하는 게 내 목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1회 첫 타석에서는 두산 선발 최원준의 초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이대호는 “직구를 생각했고, 앞서 (전)준우도 초구를 쳤기 때문에 상대가 난 초구를 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래서 초구부터 자신 있게 돌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힘든 경기를 이겨서 5강 불씨를 살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6위 롯데는 이날 승리로 2연승과 함께 5위 KIA와의 승차가 5경기로 유지됐다. 여전히 NC, 두산의 추격이 거세지만 2017년 이후 5년 만에 가을 무대에 서려면 KIA를 목표로 삼고 계속 승수를 쌓아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번 시즌 종료 후 유니폼을 벗는 이대호의 마지막 소원인 우승 도전도 할 수 있다.
이대호는 “올해는 하늘도 내가 마지막 시즌인 걸 알고 있는지 수비 시프트를 뚫는 안타가 많이 나온다. 힘든 가운데 기운을 막 넣어주시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38경기가 진짜 내게는 마지막 경기다. 앞으로 야구를 더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남다른 의지를 전했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 앞서 지난 16일 별세한 캐리 마허 전 영산대 교수를 애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사직 할아버지’ 마허 전 교수는 최근 코로나 합병증에 따른 폐렴을 앓다가 향년 68세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아들인 마허 전 교수는 지난 2008년 한국에 처음 와 롯데 열혈 팬이 됐고, 정규시즌 대부분 경기에 야구장을 찾아 열성적인 응원을 펼치며 롯데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이대호는 “난 솔직히 많은 추억이 없지만 롯데를 많이 사랑해주셨다는 건 알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오늘도 힘든 경기였는데 교수님이 가시면서 좋은 선물을 주신 것 같다. 어쨌든 많이 아프셨을 텐데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 하늘나라에서도 롯데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우리 야구를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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