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패배' 메시지까지 받았는데…외인 감독과 고교 유망주 '엇갈린 인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8.18 03: 47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은 지난해 9월 일부 팬들로부터 SNS를 통해 고의 패배를 종용하는 메시지 폭탄을 받았다. 1학년 때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받은 157km 파이어볼러 심준석(18·덕수고)을 202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하기 위해 일부러 꼴찌를 해야 한다는 게 메시지 내용이었다. 
당시 한화는 9위 KIA와 탈꼴찌 싸움 중이었다. 이른바 ‘심준석 리그’에서 계속 지는 게 팀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는 게 일부 팬들의 주장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신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기 위해 일부터 팀 전력을 약화시키는 ‘탱킹’이 구단 운영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일 경기에 이기기 위해 싸우는 현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수베로 감독은 “심준석이 누군지 안다. 잠재력이 큰 좋은 선수”라면서도 “(심준석 관련 문제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일이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당장 고려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며 매 경기 전력으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했다. 

한화 수베로 감독, 덕수고 심준석 /OSEN DB

일부 팬들의 바람(?)대로 한화는 지난해 10위 꼴찌를 하며 2023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 말대로 세상 일은 알 수 없는 법. 심준석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팔꿈치, 허리 부상 영향인지 제구가 무너지며 흔들렸다. 그 사이 우완 스리쿼터 김서현(서울고)이 최고 155km까지 던지며 급성장, 심준석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6회말 1사 2루 상황 마운드에 오른 덕수고 투수 심준석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1.11.16 / dreamer@osen.co.kr
한화는 심준석과 김서현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누구를 택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향후 결과는 두고두고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심준석이 드래프트 신청 마감이었던 지난 16일 자정까지 참가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장고 끝에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결정하면서 한화의 고민도 끝났다. 
‘고의 패배’ 메시지를 받게 한 유망주이지만 수베로 감독과는 엇갈린 인연으로 얼굴 한 번 마주하지 못하게 됐다. 이튿날인 17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만난 수베로 감독도 “심준석 소식을 들었다”며 “그 나이에 흔치 않은 재능을 지녔다. 특급 유망주인 것은 분명하다. 상위 지명 후보가 한 명 빠졌으니 그 다음 4~5명 선수 중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구단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서울고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8.12 /ksl0919@osen.co.kr
미국행을 결정하지 않고 국내에 잔류했더라도 한화의 선택은 심준석이 아니었을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주 심준석과 김서현을 두고 “공이 더 빠른 투수(심준석)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팔 각도가 낮은 투수(김서현)는 그보다 조금 더 다듬어진 투수 같다. 고교생답지 않게 변화구의 각이 예리하고, 스리쿼터 폼도 인상적이다”며 즉시 전력으로 심준석보다 김서현을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내년이 3년 계약 마지막 시즌인 수베로 감독에겐 완성형 김서현이 더 좋은 인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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