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리그 최고의 좌완 외인투수를 상대로 무려 6점을 뽑고도 패했다. 5번타자로 나선 ‘42억 FA 보상선수’ 강승호의 공수 침묵이 뼈아팠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17일 사직 롯데전을 향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특급 좌완 외인투수인 찰리 반즈를 맞아 허경민-김인태-양석환-호세 페르난데스-강승호-안승한-김대한-전민재-정수빈 순의 1.5군급 라인업을 꾸렸고, 사전 인터뷰에서도 “반즈가 보통 좌완이 아닌 정말 잘하는 좌완투수다”라고 힘겨운 공격을 예상했다. 전민재는 이날이 데뷔 첫 선발이었고, 안승한은 데뷔 후 처음으로 6번에 배치됐다.
두산은 예상과 달리 1회부터 반즈를 강하게 몰아쳤다. 7월 28일 경기서 반즈에게 5점을 뽑았듯 이날도 스윙이 거침없었다. 1회 선두 허경민의 사구에 이어 김인태가 초구에 1타점 선제 2루타를 날렸고, 양석환의 안타로 이어진 무사 1, 3루서 호세 페르난데스가 1타점 적시타로 격차를 벌렸다. 후속 강승호는 좌익수 뜬공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으나 안승한이 1타점 적시타, 김대한이 희생플라이로 반즈 상대 1회에만 대거 4득점했다. 1.5군급 타선으로 이뤄낸 엄청난 성과였다.
그러나 흥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1회 선발 최원준이 선두 잭 렉스를 10구 끝 볼넷 출루시키며 악몽이 시작됐다. 이후 정훈과 전준우의 연속안타로 처한 무사 만루서 이대호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허용했고, 안치홍의 빗맞은 안타와 한동희의 야수선택으로 1사 1, 2루 위기가 이어졌다.
최원준은 후속 황성빈에게 3루수 쪽으로 향하는 안타성 타구를 맞았다. 그러나 3루수 허경민이 이를 멋지게 잡아낸 뒤 침착하게 2루에 송구하며 병살타에 따른 이닝 종료가 예상됐다. 그런데 2루수 강승호가 1루 송구를 먼저 생각한 나머지 공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이로 인해 이닝 종료가 아닌 1사 만루가 만들어졌고, 흔들린 최원준은 박승욱의 2타점 적시타와 폭투로 추가 3실점하며 4-6 역전을 헌납했다. 강승호의 실책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강승호는 이후 3회 초구에 2루수 땅볼, 5회 좌익수 뜬공에 그치며 수비 실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6-8로 뒤진 7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우전안타와 도루로 2루에 도달했지만 이미 상대에게 승기가 기운 뒤였다.
두산은 결국 롯데에 6-8로 패하며 3연패 수렁과 함께 8위로 추락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사전인터뷰에서 5강 싸움에 있어 연패는 치명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산이 1패 그 이상의 충격 속 상경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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