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확실하게 승부했어야지…”
두산은 지난 14일 잠실에서 SSG에 연장 접전 끝 4-5로 패하며 한 주를 1승 4패로 마감했다. 3-4로 뒤진 7회 허경민의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 승부로 향했지만 10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현역 홈런 1위 최정에게 뼈아픈 결승홈런을 헌납했다. 1B-2S의 유리한 카운트서 던진 4구째 슬라이더가 야속하게도 좌측 담장 너머로 향했다.
박세혁-홍건희 배터리는 현역 홈런 1위 최정에게 집요한 슬라이더 승부를 펼쳤다. 공 4개가 모두 슬라이더였다. 처음에는 전략이 적중하는 듯했다.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최정에게 초구와 2구 연달아 헛스윙을 유도한 것. 이후 3구째 슬라이더는 포수 앞 바운드가 되며 타자가 골라냈고, 기세를 몰아 4구째에도 슬라이더를 택했으나 홈런을 맞았다.
사령탑은 포수 박세혁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16일 사직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SSG 상대로는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홈런을 맞는다”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포수가 투수에게 더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예를 들면 낮게 던지라는 제스처 같은 게 필요하다. 1, 2구에 타자가 말도 안 되는 헛스윙을 했으니 또 던지면 못 칠 줄 알고 사인을 내는데 그게 홈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본인도 상황에 대한 어떤 느낌이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과거 피홈런에 울었던 SSG와의 2경기를 떠올렸다. 하나는 4년 전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은 2018년 11월 12일 잠실에서 SK(SSG 전신)를 만나 4-3으로 앞선 9회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을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린드블럼은 김강민-한동민(현 한유섬)을 연달아 삼진 처리했고, 최정을 만나서도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지만 6구째 포크볼에 뼈아픈 동점포를 헌납했다. 두산은 연장 13회 한동민에게 홈런을 맞고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다른 한 경기는 지난 4월 29일 인천 원정이었다. 패배 원인은 역시 피홈런. 4-0으로 앞선 6회 케빈 크론에게 3점홈런을 맞은 뒤 5-3으로 리드한 8회 최정에게 동점 투런포를 헌납했고, 7-5로 앞선 연장 10회 박성한에게 다시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그리고 마지막 12회 오태곤의 끝내기안타로 무릎을 꿇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린드블럼의 포크볼이 홈런이 됐고, 4월 인천 경기에서도 계속 홈런을 맞으면서 경기가 뒤집혔다”라며 “항상 보면 SSG에게 똑같은 패턴으로 당한다. 공 하나에 승부가 결정된다는 걸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세혁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데뷔 첫 FA 자격을 얻는다. 올 시즌 타율 2할4푼9리와 함께 수비에서도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포수 출신 스승의 쓴소리가 향후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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