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타자’ 이정후(25·키움)가 올 시즌 가장 약했던 상대는 한화였다. 지난 주말 대전에서 만나기 전까지 올 시즌 한화 상대 10경기에서 40타수 8안타 타율 2할 무홈런 2타점 OPS .556으로 9개 상대팀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지난 13~14일 대전 경기에서 제대로 설욕했다. 13일 경기에서 4회 우월 솔로포, 9회 중월 솔로포로 멀티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14일 경기도 9회 쐐기 투런 홈런 포함 6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한화도 2경기 연속 타선이 터지며 추격전을 벌였지만 이정후에게 결정타를 맞으며 무릎을 꿇어야 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이정후에게 당한 것을 깔끔하게 인정했다. 16일 창원 NC전이 우천 취소된 뒤 만난 수베로 감독은 “좋은 타자 상대로 좋은 승부를 해서 당하면 납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타자에게 당하면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이정후는 인정할 만하다. 우리 투수들도 좋은 싸움을 했고, 이정후도 거기에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이정후는 정말 좋은 타자다. KBO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로 지난 주말 상대하기 전까지 우리 투수들이 그를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이 결과로 잘 나왔다”며 “이정후 관점에서 보면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울 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 타자다. 올 시즌 105경기 타율 3할3푼7리(404타수 136안타) 19홈런 83타점 51볼넷 25삼진 출루율 .415 장타율 .569 OPS .984로 리그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안타·출루율·OPS 1위, 타율·타점·장타율 2위, 홈런 공동 3위, 볼넷 5위 랭크. 6시즌 통산 타율 3할4푼의 정확성에 올해는 개인 최다 19홈런까지 치며 파워까지 더했다.
내년 시즌 끝으로 해외 진출 자격을 갖추는 이정후의 빅리그 도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수베로 감독도 이정후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마이너리그 감독으로 일해온 수베로 감독은 메이저리그 코치 경험도 있다. 2016~2019년 4년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1루 베이스코치 겸 내야 수비 파트를 전담하며 시프트를 진두지휘했다.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만한 타자가 있다면 역시 이정후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음으로 도전할 수 있는 한국 타자는 이정후임에 틀림없다. 좋은 타자일 뿐만 아니라 야구 아이큐가 뛰어난 선수다. 야구에 대한 신념과 자신감이 굉장히 남다르게 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베로 감독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정후도 다른 리그에 가면 거기에 맞춰 적응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성공을 장담하진 않았지만 “김하성도 작년에는 한국보다 빠른 메이저리그 패스트볼에 고전했다. 하지만 올해 적응을 통해 이를 보완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까지 공수에서 좋은 모습으로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충분한 적응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