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선수의 마음은 약물 선수가 아는 것일까. 메이저리그 통산 696홈런, MVP 3회에 빛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47)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약물 적발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로드리게스는 타티스 주니어의 금지 약물 양성 반응에 대해 “소식을 듣고 화가 나진 않았다. 22~23살 때 실수로 아마도 60년 동안 영향받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두고두고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금지 약물의 그늘을 로드리게스는 잘 안다. 그는 “나도 그런 실수를 했다. 30대 후반에 다시 경기장에 돌아와 야구를 한 것도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며 금지 약물 적발로 2014년 162경기 시즌 전체 출장정지를 당한 아픈 과거도 떠올렸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였던 로드리게스는 그러나 두 번의 금지 약물 적발로 커리어에 흠집이 났다. 지난 2001~2003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을 2009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뒤늦게 고백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2013년 8월 약물을 공급해온 안티에이징 클리닉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에 연루돼 추가적으로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162경기 전체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긴 출장정지로 이듬해 복귀했으나 700홈런에 4개를 남겨두고 2016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로드리게스는 “많은 젊은이들이 실패와 실수로부터 배우길 바란다. 난 가장 낮은 곳까지 떨어졌다. 바닥까지 갔었다”며 “타티스 주니어에게 먼저 연락을 하진 않겠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9년 만 스무살에 메이저리그 데뷔한 타티스 주니어는 이듬해 MVP 후보로 급성장하며 재능을 뽐냈다. 지난해 2월 샌디에이고와 14년 3억4000만 달러로 초대형 연장 계약을 맺은 뒤 내셔널리그 홈런왕(42개)에 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거포 유격수로 역대급 재능과 스타성을 인정받았지만 금지 약물로 모든 명예를 잃게 생겼다. 지난 13일 경기력 향상 물질인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을 보이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8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대표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나 생각지도 못한 금지 약물이 드러나면서 샌디에이고 구단,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충격이 무척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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