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골드글러브도 자리 밀리는 KBO팀이 있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8.16 08: 05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해 7월 7일(한국시간) 경기다. 6회 초 2사 1루, 스코어는 3-2 한 점 차다. 뒤지던 원정 팀 4번 타자가 우중간에 큰 포물선을 그렸다. 딱 봐도 홈런성이다. 그런데 어느 틈에 중견수가 따라붙었다. 담장 앞에서 날아오르더니 넘어가는 타구를 낚아챈다.
에인절 스타디움이 환호로 뒤덮인다. 역전을 막은 수비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마운드의 투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홈런을 도둑맞은 타자는 망연자실이다. 레드삭스의 젠더 보가츠였다. 결국 최종 스코어 5-3. 에인절스의 승리다. 오타니 쇼헤이 4승째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수퍼 캐치의 주인공은 이제 인천 주민이 됐다. 후안 라가레스(33)다.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온통 수비에 대한 칭찬들이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반응 속도가 빠르고, 뛰어난 점프 캐치 능력은 메이저리그 외야수 중 톱 클래스 수준으로 평가됐다.

OSEN DB

메츠 시절인 2014년 풀타임을 뛰며 WAR 5.5를 기록했다. WAR 중 수비 지분이 3.4로 내셔널리그 2위를 차지했다. 내야수도 아닌 중견수로 이 정도였으니, 골드글러브는 당연했다. 생애 최초, 그리고 유일한 수상자가 됐다.
그의 문제는 공격력이었다. 반면 수비에 대한 평가는 늘 상위권이었다. 외야에서도 가장 핵심 자리를 지켰다. 빅리그 801게임 동안 중견수가 727번이었다. 90.8%의 비율이다. 코너(좌, 우익수)로 밀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출중했다는 뜻이다. LA에인절스가 계약한 이유도 딱 하나다. ‘무려’ 마이크 트라웃의 대안으로 필요했다.
그의 입국 일성은 자신감 넘쳤다. “(문학) 홈 구장이 좀 작은 느낌이다. 그만큼 좋은 수비를 자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담장도 낮은 편인 것 같다. 홈런을 좀 훔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7월 26일) KBO 데뷔전을 앞둔 당찬 포부였다.
OSEN DB
하지만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메이저리거라고, 골드글러브 수상자라고 우선권은 없다. KBO리그에서는 코너로 밀려났다. 본래 위치에 못 들어가고 좌익수로 출전한다. 워낙 뛰어난 박힌 돌 때문이다. 바로 최지훈(25)이다.  김원형 감독은 고민도 없다. “그래도 우리 중견수는 지훈이가 맡아야 한다.”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렇다고 라가레스가 SSG 중견수 중 두번째 옵션이냐. 그것도 아니다. 한 명이 더 있다. 복귀한 원조 짐승이 우선이다. 지난 10일 KT전 출전 명단에서도 나타난다. 외야 라인은 라가레스(좌)-김강민(중)-최지훈(우)으로 짜여졌다.
심지어 수비를 쉬는 날도 생길 지 모른다. 팔꿈치 재활을 끝낸 추신수가 들어올 때는 지명타자로 뛸 수도 있다. 어쩌면 라가레스에게는 메이저리그 보다 더 빡센 곳이 SSG일 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