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몸부림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서준원(22)이 팀을 구해냈다.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을 3피안타 1볼넷 1실점 3탈삼진의 쾌투를 했다. 5-1 승리를 이끌며 선발승까지 챙겼다. 허리 통증으로 빠진 이인복 대신 마운드에 올라 제몫을 톡톡히 했다.
2회말 최형우에게 내준 홈런을 제외하고는 완벽투구였다. 몸쪽 낮게 제구된 직구를 던졌으나 후반기 뜨거운 타격을 하는 최형우가 잘 쳤다. 직구를 비롯해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에 포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와 완급조절까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안정된 제구에 최고 148km짜리 스피드까지 만점 투구였다.
롯데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경기였다. 전날 키움과의 주중 3연전을 모두 이기고 광주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0-9로 완패했다. KIA에게 5연패를 당했다. 또 다시 덜미를 잡힌다면 KIA와 7경기 차로 벌어질 수 있었다. 가을야구가 멀어질 수도 있었지만 강타선을 제압하는 서준원 덕택에 설욕을 했다.
2019년 1차 지명자로 기대를 모았고 2020년 7승까지 따내며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선발투수로 자리 잡지 못했다. 150km 넘던 스피드를 버리고 팔도 내렸다. 제구와 완급조절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체중도 12~13kg나 감량했다. 이날은 변화의 몸부림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서준원은 "준비한대로 잘 만들어졌다. 내가 가고자하는 피칭 방향대로 잘 됐다. (포수) 태율형이 경기전후 좋은 말 많이 해주었다. '아무것도 신경쓰지말고 타자에만 집중하자, 내 사인대도 해보자 믿어달라'고 했다. 의견차 없고 가자는대로 해서 더 좋은 피칭했다. 선배 형들이 응원 많이 해주어 힘이 더 났다"며 웃었다.
이어 "선발통보를 받고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정말 19~20살 마음가짐, 내가 서준원이다는 것을 다시 되새겼다. 호투의 비결은 가벼워진 체중에도 있었다. 마음도 가벼웠지만 몸도 가벼워진 것이다. "(잘 던진 이유에) 체중이 빠진 것도 있고 뺀 것도 있다. 많이 노력하고 많이 빼서 기분 좋다. 110kg에서 97~98kg 정도까지 뺐다"고 설명했다.
투구폼의 변화와 구종 추가도 효과를 봤다. "팔을 내리면서 공의 무브먼트 얻으려고 연습했다. 힘으로 피칭도 하지만 타자를 어떻게 쉽게 잡을지, 땅볼 유도할지 노력했다. 오늘은 팔을 내려도 강하게 던졌다. 직구는 완전히 자신있다. 슬라이더와 커브 자신감 많이 붙었다. 체인지업도 많이 던졌다. 투심도 많았다. 소크라테스를 삼진 잡을 때 처음으로 2군에서 연습한 스플리터 던졌는데 잘 갔다"고 밝혔다.
광주까지 달려온 가족의 응원으로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아버지가 말 한마디 없이 야구장에 오셨다. 경기 직전 알아보고 만났다. 큰 아버지, 형과 조카, 다른 친척분들도 오셨다. 장인과 장모님은 전화로 연락주셨다. 솔직히 많이 부담스러웠다. 가족 앞에서 못던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좋은 모습 보여주어서 되게좋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남은 시즌 가을야구에 대한 각오도 드러냈다. "올해는 그냥 시즌이 아니다. 대호선배님이 은퇴하는 시즌이다. 그냥 끝내고 싶지 않다. 끝까지 가더라도 뭘 하나 보여주고 싶다. 가을야구 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보직일지 모르지만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