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 우완 제이콥 디그롬(34)이 차원이 다른 투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부상으로 1년 넘는 공백이 있었지만 평균 160km 강속구로 건재를 알리며 FA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디그롬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메츠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부상 복귀 후 3번째 등판에서 2승째를 거두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1.62로 낮췄다.
지난해 7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디그롬은 올해도 스프링캠프 전 어깨 스트레스 반응으로 재활에 들어가며 1년간 실전 공백을 가졌다. 지난 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5이닝 1실점)에서 391일 만에 빅리그 마운데 복귀한 뒤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5⅔이닝 2실점)을 거쳐 이날까지 3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나갔다.
3경기 16⅔이닝 6피안타 1볼넷 28탈삼진 WHIP 0.42로 압도적인 투구 내용. 통계 업체 ‘MLB 스태츠’에 따르면 3경기에서 최소 55타자를 상대해 절반 이상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출루 허용의 4배 이상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1901년 현대 야구 시대 이후로 디그롬이 메이저리그 최초.
이날도 디그롬은 투구수 제한에 따라 76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6이닝을 너끈히 소화했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101.7마일(163.7km), 평균 99.2마일(159.6km). 주무기 슬라이더도 최고 94.4마일(151.9km)까지 나왔다.
‘MLB.com’에 따르면 메츠 마무리투수 에드윈 디아즈는 “디그롬은 다른 행성에 있는 존재다. 역사상 최고(GOAT)”라며 경외심을 드러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상대 타자가 아닌 부상이다. 복귀 후 80구 미만으로 투구수 제한을 받고 있는 디그롬은 “마운드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운드에 있는 것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월드시리즈 진출 등 장기적 목표를 바라보며 현명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메츠에서 데뷔한 디그롬은 9시즌 통산 201경기(1278⅓이닝) 79승53패 평균자책점 2.49 탈삼진 1533개를 기록 중이다. 2018~2019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난 2019년 3월 메츠와 5년 1억37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디그롬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옵트 아웃으로 조건을 넣었다.
메츠와 추가 연장 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디그롬은 2023년 3250만 달러 연봉을 포기한 채 옵트 아웃으로 FA 시장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년 공백에도 불구하고 복귀 3경기 만에 FA 대박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