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이영하 고민은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17승 에이스의 향기를 조금은 풍겼던 전반기와 달리 순위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는 시기에 슬럼프를 겪으며 감독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영하는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5피안타 4볼넷 1탈삼진 5실점(4자책) 난조로 시즌 8번째 패배(6승)를 당했다.
1회부터 영점 조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선두 추신수를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도루에 이어 최정에게 1타점 선제 적시타를 맞았고, 한유섬의 우전안타와 박성한의 볼넷으로 만루를 자초한 가운데 후안 라가레스를 병살타 처리하며 간신히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1회 투구수는 무려 30개.
2회 삼진 1개를 곁들인 12구 삼자범퇴로 일시적인 안정을 찾았다.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은 “공 자체는 좋은 선수라 영점만 잡히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역으로 말해 영점이 잡히지 않으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없었다. 이어진 3회 추신수, 최정, 한유섬을 모두 볼넷 출루시키는 제구 참사를 겪었고, 박성한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내줬다.
4회에도 반전은 없었다. 선두 전의산과 최주환에게 연달아 안타를 허용한 가운데 김민식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경기를 조기에 마쳤다. 아웃카운트 9개에 투구수가 83개에 달했다.
2019년 17승 이후 2년 동안 긴 방황기를 겪었던 이영하는 절치부심 속에 이번 시즌을 맞이했다. 3년 전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반기를 17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25의 준수한 성적으로 마치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 했다. 부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팀 내 어린 투수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며 이들의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자 지난 2년간의 악몽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7월 10일 LG전 3이닝 4실점을 시작으로 24일 SSG전 ⅔이닝 1실점(구원), 27일 롯데전 5이닝 3실점으로 슬럼프에 빠지더니 8월 4일 삼성전에서 1이닝 7사사구 4실점 최악투로 고개를 숙였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은 11.37(12⅔이닝 16자책). 5위를 추격 중인 두산 입장에서도 이영하가 나올 때마다 연패에 빠지거나 연승을 이어가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영하는 부진했던 기간 보직 변경을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 2020년 데뷔 첫 마무리를 맡아 23경기 2승 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4를 남겼고, 지난해에도 시즌 도중 뒷문으로 이동해 가을야구서 이른바 ‘가을 필승조’라는 별명과 함께 팀의 사상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영하가 보직을 바꿀 수 있는 마운드 사정이 아니다. 현재 스탁-브랜든-최원준-이영하-곽빈 순의 로테이션이 꾸려진 가운데 이영하가 이탈할 경우 자리를 대신할만한 마땅한 투수가 없다. 이전에는 김민규, 박소준(개명 전 박종기) 등이 깜짝 대체선발로 활약했으나 김민규는 현재 군 복무 중이고, 박소준도 1군 엔트리에 없다. 박신지, 김동주 등도 아직 1경기를 온전히 맡기엔 기량이 부족하다.
강력한 선발야구가 이뤄져야만 두산이 꿈꾸는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이뤄질 수 있다. 전날처럼 선발이 3이닝 만에 무너질 경우 미라클은 언감생심이다. 현재 5위 KIA와의 승차는 5경기. 이영하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8년 만에 두산이 없는 포스트시즌이 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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