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4440억원 슈퍼스타를 대신해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를 맡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빅리그 2년차를 맞이한 김하성에게 천운이 따르고 있다.
KBO리그 대표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지난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달러(약 509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왜 하필 샌디에이고였나’라는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슈퍼스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해 매니 마차도, 2020년 신인왕 투표 2위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내야진이 견고한 팀이었다. 일각에서는 김하성이 크로넨워스를 외야로 밀어내거나 내야 슈퍼 유틸리티로 활약할 가능성을 점쳤지만 첫해 결과는 둘 다 아니었다. 백업을 전전하며 데뷔 시즌을 117경기 타율 2할2리 8홈런 34타점으로 아쉽게 마쳤다.
2년차인 올 시즌 또한 주전 경쟁이 밝은 편은 아니었다. 여전히 타티스 주니어, 마차도, 크로넨워스가 건재했고, 신성 AJ 에이브람스라는 새로운 경쟁자까지 등장하며 내야 한 자리를 위협받기도 했다. 김하성 역시 출국 인터뷰에서 “내가 목표를 잡아도 경기를 결국 많이 나가야한다. 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험난한 경쟁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월 타티스 주니어의 손목이 골절되며 3개월 이상 장기 재활이 결정됐다. 김하성에게 마침내 풀타임 주전 유격수라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예상대로 김하성에게 필요했던 건 꾸준한 출전 기회였다. 여기에 지난해의 경험을 더해 예상보다 빠르게 빅리거들의 공에 적응해 나갔고, 올 시즌 105경기를 치른 가운데 타율 2할4푼9리 6홈런 40타점 OPS .699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월간 타율은 3할1푼4리에 달했다. 수비력은 이미 첫해부터 인정을 받은 터.
당초 타티스 주니어의 복귀 시점은 이달 말이었다. 김하성이 다시 자리를 내주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에게 천운이 따랐다. 타티스 주니어가 경기력 향상 물질인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을 보이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8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 샌디에이고의 잔여 시즌이 47경기가 남은 걸 감안했을 때 내년 시즌 초반까지 강제 휴식이 불가피해졌다. 다시 말해 김하성이 올 시즌 내내 주전 유격수를 담당할 수 있게 됐다.
현지 언론 또한 타티스 주니어의 이탈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CBS스포츠는 “물론 타티스를 잃은 건 샌디에이고에게 불행한 일이지만 그들은 김하성이라는 선수가 등장하며 시즌 내내 무사히 공백을 메워왔다. 물론 지금의 장기 이탈로 이전보다 압박을 느낄 수 있지만 김하성은 이미 파드리스의 핵심 선수로 성장한 상태”라고 김하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하성은 2년차를 맞아 삼진이 줄어든 반면 볼넷이 증가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꼭 타티스 주니어급의 활약을 펼쳐야만 팀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는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수비수들 중 1명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공격이 저조해도 빅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는 명분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순히 경쟁자가 장기 이탈한다고 꿈의 무대의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하성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유비무환이 빛을 발휘하게 됐다. 김하성은 이제 진정한 파드리스의 풀타임 주전 유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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