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왠지 잘 됐으면 하는 선수가 있다. 실력과 재능이 넘치고, 쓰임새도 많다. 그런데 뭔가 잘 안 풀린다. 찾아온 기회는 금세 사라지기 일쑤다. 공정한 평가를 받았는 지도 돌아보게 된다. 유격수 딕슨 마차도(30)의 얘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 11일 마차도를 산하 트리플 A팀 새크라멘토 리버 캐츠로 보냈다. 계약을 이관시켰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불과 닷새 동안의 짧은 메이저리그 생활이 끝났다.
그는 전반기 동안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AAA)에서 뛰었다. 86게임 동안 타율 0.312, 2홈런, 31타점의 괜찮은 기록을 남겼다. 수비 실력이야 물론 두 말하면 숨가쁘다. 그럼에도 콜업은 없었다.
기회는 오히려 외부에서 생겼다. 샌프란시스코 내야의 갑작스러운 문제 탓이다.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가 부상으로 10일짜리 IL에 올랐다. 며칠 뒤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는 헤드샷으로 쓰러졌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 하루 전 일이다.
자이언츠는 부랴부랴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투수 1명(레이넬 에스피날)을 내주고 마차도를 데려간 것이다. 그리고 이적 당일(7월 31일) 4년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이 치러졌다. 선발 유격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봄날은 길지 않았다. 8월 초 다저스와 4연전(4연패)이 마지막이다. 5경기서 남긴 타격 기록은 15타수 3안타(0.200)였다.
크로포드와 에스트라다가 돌아오자 SF는 냉정하게 로스터를 정리했다. 마차도를 DFA로 전환시킨 것이다. 지명할당, 양도지명, 방출대기 등으로 번역되는 조치다. 절차에 따라 사흘을 기다렸지만,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남은 선택지는 2개였다. 방출이나 마이너리그 강등이다. 어떤 경우는 선수측 요구로 팀을 나가 자유계약신분이 되기도 한다. 마차도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 현지 매체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트리플A행을 받아들였다. 내야수 뎁스로 남아 후일을 도모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직 마’씨는 부산에서 인상적인 2년(2020~2021년)을 보냈다. 재계약을 놓고는 여론이 뜨거워졌다. 결국 롯데는 냉정한 판단을 내렸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내야는 내야대로 흔들렸고, 타선의 중량감은 채우지 못했다.
오히려 복수의 구단이 그를 시즌 중 교체 외국인 후보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매력적인 유격수임에는 틀림없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