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에서 올스타까지 선정됐던 추신수(SSG)가 은퇴 전에 고영표(KT)와의 천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SSG 김원형 감독은 지난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12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추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전격 제외했다.
11일 경기서 호수비를 비롯해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감이 좋았던 추신수를 뺀 이유는 단순했다. KBO리그 입성 후 천적이 된 고영표가 선발 등판했기 때문이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1652경기를 소화하며 1671안타 218홈런을 때려낸 베테랑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런 추신수에게 2021년 KBO리그 입성과 함께 새로운 천적이 나타났으니 바로 KT의 토종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잠수함 고영표였다.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7타수 무안타 5삼진을 시작으로 올해도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치고 있는 상황. 그의 낯선 투구폼과 예리한 체인지업에 번번이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추신수는 급기야 지난해 KBO리그 첫 시즌을 결산하는 자리에서 “미국 잠수함투수 중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는 드물다. 그런데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타석 앞에서 없어지는 느낌”이라며 “고영표를 상대하면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완패를 깨끗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올해도 천적 관계가 이어지자 사령탑은 결국 12일 경기서 아예 추신수를 벤치에 앉히는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은 “추신수 스스로 빠지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전적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라며 “그 동안 계속 출전이 잦았기에 이럴 때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40살 추신수는 은퇴할 때까지 고영표라는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일까. 일단 정규시즌은 그럴지 몰라도 포스트시즌은 다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김 감독은 “아무리 천적 관계여도 큰 경기는 또 다른 이야기다. 에너지 자체가 다르다”라며 “만일 KT와 포스트시즌에서 만나 고영표가 선발로 나온다면 그 때는 추신수를 선발로 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KT 이강철 감독 또한 가을야구에서는 천적 관계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김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큰 경기의 첫 타석이 중요할 것 같다. 첫 타석에서 또 치지 못한다면 그런 관계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또 반대로 투수 입장에서 그 타자를 잡는다면 강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다만 이 모든 플랜과 전략은 KT가 SSG와 포스트시즌에서 만나야 현실이 될 수 있다. 현재 순위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KT가 가을야구서 키움과 LG를 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야만 천적 관계를 청산할 기회도 생긴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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