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사이클링 홈런’ 진기록이 나왔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더블A 스프링필드 소속 챈들러 레드몬드(25)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식 표현으로는 ‘홈런 사이클(Home run cycle)’. 한 경기에서 1점, 2점, 3점, 4점 홈런을 모두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레드몬드는 11일(일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아마릴로 호지타운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아이몬드백스 산하 더블A 아마릴오 소프 푸들스와의 원정경기에 7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6타수 5안타 11타점 4득점으로 대폭발하며 팀의 21-4 대승을 이끌었다.
1회 첫 타석부터 1타점 우전 적시타로 시작한 레드몬드는 3회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5회 좌월 투런포로 4연타석 사이클링 홈런 행진을 알렸다. 6회 좌중월 만루포를 폭발한 뒤 7회 중월 솔로 홈런, 8회 우중월 스리런 홈런까지 터뜨렸다. 솔로, 투런, 스리런, 만루 홈런을 모두 치면서 보기 드문 사이클링 홈런 진기록을 달성했다.
마이너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레드몬드는 “믿을 수 없다. 이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 했다.
팀 사이클링 홈런은 있었어도 개인 사이클링 홈런은 메이저리그에서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선 역대 두 번째. 지난 1998년 7월28일 세인트루이스 산하 더블A 아칸소 트래블러스 소속이었던 우투좌타 외야수 타이론 혼이 LA 다저스 산하 샌안토니오 미션스 상대로 최초 달성한 바 있다. 당시 혼은 1회 투런 홈런, 2회 만루 홈런, 5회 솔로 홈런, 7회 스리런 홈런을 쳤다.
혼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00년 한국에서도 잠시 뛰었다. 1999년 12월 해체 직전의 쌍방울 레이더스와 계약한 뒤 신생팀 SK 와이번스의 창단 멤버로 합류했지만 23경기 타율 3할1푼7리(82타수 26안타) 1홈런 10타점 7볼넷 14삼진 5병살 OPS .822를 기록했다. 기대 이하 장타력과 외야 수비력으로 인해 5월초 조기 방출되고 말았다.
혼 이후 24년 만에 사이클링 홈런 진기록을 세운 레드몬드는 “만루 홈런을 치고 난 뒤 사이클링 홈런 생각이 슬며시 났지만 금방 잊었다. 프로에 와서 멀티 홈런 경기를 한 것도 이번이 두 번째”라며 “하지만 (3번째 홈런) 솔로포를 치고 난 뒤에는 잘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주자 2명이 있길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드래프트에서 32라운드 전체 965순위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된 레드몬드는 185cm 104kg 건장한 체구의 우투좌타. 수비는 1루가 주 포지션으로 2루수, 3루수, 좌익수도 커버한다. 지난해 상위 싱글A를 거쳐 올해는 더블A 레벨에 올라왔다. 이날까지 73경기 타율 2할4푼2리(252타수 61안타) 17홈런 61타점 31볼넷 90삼진 OPS .813을 기록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