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구단 역사를 되돌아보면 불펜진이 강했던 시절을 찾는 게 손에 꼽을 정도다. 준수하고 꾸준하게 활약을 하는 불펜 투수 자체를 찾는 게 힘들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은 요즘, 롯데에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불펜 투수가 활약하고 있다. 구승민(32)은 희소성 있는 기록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구승민은 지난 10일 고척 키움전 2-1로 역전에 성공한 8회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무실점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4-3 역전승에 밑거름을 놓았다.
이날 구승민은 선두타자 푸이그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폭투를 범해 무사 2루 상황에서 이닝을 풀어가야했다. 하지만 김휘집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이지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송성문까지 삼진을 솎아내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로써 구승민은 이날 15홀드 째를 기록했다.
청원고, 홍익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3년 전체 6라운드로 입단한 구승민은 상무 군 복무 이후 2018년부터 꾸준하게 팀의 필승조로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2018년 64경기 7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로 본격적으로 필승조 시즌을 치렀다. 2019년 41경기 1승4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6.25로 부진했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돌아온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기복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패스트볼, 포크볼이라는 단조로운 패턴으로도 구승민은 리그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불펜 투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슬라이더까지 섞어가면서 패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3시즌 승계주자 실점률은 .278(79명 승계, 22명 실점)로 리그 전체 불펜 투수들 가운데 7번째로 낮았다.
그 결과 필승조의 훈장과도 기록도 쌓고 있다. 2020~2021년, 2년 연속 20홀드 기록을 달성했다. KBO 역대 7번째, 롯데 구단 최초의 기록이었다. 올해도 어느덧 15홀드를 달성했다. 이제 3년 연속 20홀드 기록도 꿈이 아닌 시점에 돌입했다. 3년 연속 20홀드 기록은 삼성 시절 안지만(4년 연속 20홀드)이 기록했고 지난해 KT 주권, 올해 LG 정우영이 달성한 바 있다. 만약 구승민이 올해 20홀드 고지를 밟는다면 KBO 역대 4번째 대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향후 꾸준함이 관건이다. 올해 11.66개라는 압도적인 9이닝 당 탈삼진률을 기록하면서도 9이닝 당 볼넷이 5.62개로 제구에서 다소 고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들쑥날쑥한 시점도 있었다.
그래도 월별로 살펴보면 7월을 제외하면 안정적이었다. 4월 12경기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2.79(9⅔이닝 3자책점), 5월 13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0.84(10⅔이닝 1자책점), 7월 11경기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2.08(8⅔이닝 2자책점)을 기록했다. 7월이 부진했다. 11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9.00(9이닝 9자책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8월 현재 4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2.45(3⅔이닝 1자책점). 그나마 현재 볼넷을 1개 밖에 허용하지 않은 게 고무적인 대목.
팀의 8월 마지막 반등을 위한 구승민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최준용이 올해 고전하고 있고 김원중도 시즌 초 부상으로 복귀가 늦었고 현재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이탈해 있다. 구승민만 굳건하게 필승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승민은 “3년 연속 20홀드라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도 쉽지는 않다. 올해는 전반기부터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던대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해에도 전반기 10개도 못 했는데 후반기에 신경 쓰지 않았더니 기록이 따라왔다. 올해는 기록 신경 쓰지 않고 전반기부터 꾸준하게 활약하다보면 결과도 따라올 것 같다”라고 기록에 연연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한 바 있다. 그렇게 또 다시 기록 앞에 선 구승민이다. 과연 구승민은 KBO에서는 단 3명, 그리고 자이언츠 선수로는 아무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3년 연속 20홀드라는 기록을 밟을 수 있을까./jhrae@osen.co.kr